내 블로그 이름을 도쿄×통역 이라고 한 이유는 내가 사는 도쿄와 내가 일하는 통역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서 였다. 그리고 이 타이틀에는 경상도 사투리와 사연이 깊다. 


우선 내가 일본에서도 도쿄에 살게 된 이유는... 내가 지독한 사투리를 쓰는 경상도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서울은 딱 2번밖에 가 본 적이 없지만, 서울말에 관한 동경은 남달라 적어도 일본어 만큼은 사투리가 아닌 서울말에 해당되는 도쿄말을 쓰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지금 유행하는 응답하라 1994를 보면 쓰레기가 아무리 멋진 말로 사람들을 녹여도 역시 난 달달한 서울말을 쓰는 칠봉이가 훨씬 끌린다. (칠봉이가 김재준이 아닐까? 하며 콤마 단위로 화면을 돌려 유니폼의 이름을 보려고 한 적도 있다.그래서 쓰레기가 김재준이란 루머와 요즘 돌아가는 스토리가 영 맘에 들지 않는다..ㅠㅠ )  


그리고 통역을 하게 된 것도 이 경상도 사투리가 큰 몫을 했다. 

일본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 친한 교수님으로부터 임시직이긴 하지만 한국어 교사를 해 보지않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풋풋한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일이라 흔쾌히 승낙하고 약 반 년간 한국어를 가르친 적이 있다. 하지만 어느 날 학생들이 교과서를 모두 경상도 사투리로 읽고 있는 것을 발견!!..ㅠㅠ 학생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교사직에 관한 꿈은 접었다. ㅠㅠ 


그런 연유로 비교적 사투리도 통용(?) 되는 통역에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지금은 주변에 경상도 사람이 없어 예전만큼 억센 경상도 사투리를 쓸 기회는 없지만..그래도 통역을 하다가도 급하면 사투리가 그냥 나와 손님들을 당황 시키기도 한다..ㅎㅎ;;)


블로그를 시작할 땐 도쿄에 관한 글만큼 통역에 관한 글도 많이 쓸려고 계획을 했었는데 글솜씨가 없다 보니 정작 통역에 관한글은 뒷전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오늘은 무리를 해서(?)라도 통역에 관한 글을 쓰려고 한다.


통역사의 일은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오늘 이야길 할 부분은 통역사들의 소지품에 관해서이다. 항상 커다란 가방을 들고 다니는 통역사들..사실 내용물을 보면 별것 아니지만 통역사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가방의 소지품은 상황마다 조금씩 바뀌기는 하는데 (누누이 이야기 하지만 일본에서 한국어를 통역하는 통역사는 일의 건수가 많지 않아 레벨과 경험에 상관없이 전시장통역부터 국제회의 통역까지 함께 뛰는 경우가 많다.) 오늘 소개할 소지품은 어제 내가 일하러 간 비지니스 통역 때의 것들이다. 


보통 고객에게 사전에 자료를 메일 첨부해서 받는 경우가 많아 많은 양의 서류를 가져가야 하므로 가방은 가볍고 튼튼한 것이 좋다. 사진의 가방은 브랜드 가방은 아니다. 늘 정장을 입고 다녀야 해서 그에 어울리는 가방을 찾는 게 중요한데... A4의 서류를 대량으로 넣어 다니면서 비지니스 가방으로 보여야 하고 그렇다고 너무 촌스럽지 않은 가방 (비지니스 통역의 경우 내 얼굴이 고객회사의 얼굴이기도 해 외모와 옷차림에는 신경을 쓰는 편이다) 이라 생각해서 구입한 것이다.





이건 내 아이패드..전자사전대신으로 들고 다니는데 쉬는 시간에 신경이 쓰이는 단어를 찾기 위해서이다. 실제로 사전으로 단어를 찾아본 적은 없다. 사실 그럴 여유도 없고 사전에서 단어를 찾는 통역을 누가 돈 주고 고용을 하겠느냐... 다만 나도 전문적인 이야기가 되면 알지 못하는 말도 있어 그럴땐 인터넷 검색을 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이건 내 핸드폰. 스마트폰이 일반화된 한국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폴더폰..3년전에 구입을 했는데 좀처럼 고장이 나지 않아 앞으로도 1년은 더 쓸 것 같다. 옆에 있는 건 핸드폰에 끼우는 이어폰..핸드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 사용한다. 통역에게서 귀는 생명이기에 평소에는 음악을 잘 듣지 않지만 가끔 일을 하기 전에 음악을 듣는 경우가 있다. 웬만하면 긴장을 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그래도 큰 무대에 서야 할땐 나도 떨린다. 그럴땐 최대한 강렬한 음악을 들으면서 회장으로 향한다.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서이다. 난 할 수 있다. 난 이 자리를 빛낼 수 있다....





이건 명함첩. 개인적으로 일할 때는 개인 명함을, 통역 에이전트를 통해서 일할 때는 통역회사의 명함을 사용한다. 고객의 특징을 잘 기억하기 위해 금방 메모할 수 있게끔 필기구가 꼽혀있다. 





여러 종류의 수첩을 사용해 봤지만 결국 이 수첩이 가장 맘에 들었다. 가방이 무거워 가능한 한 가벼운 걸 선택 하다보니 이렇게 얇은 수첩이 되었다. 수첩에 적힌 내용은 고객에 관한 정보.. 






내 통역 메모장. 한국의 통역대학원에선 메모하는 방법도 배우는 수업이 있다는데...난 정식적으로 배운 건 아니고 경험으로 조금씩 내 방식으로 터득해 메모를 한다. 우선 메모 방법은 통역은 속기사가 아니니 모든 대화를 메모할 필요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의 흐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어떻게 조리 있게 전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메모에 집중해서 대화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메모는 안 하는 편이 좋다. 메모에 있어서 빠져서는 안 되는 부분은 대화의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그리고 숫자, 키포인트가 되는 단어...그정도면 충분하다. 





잡다한 문방구들..하지만 없으면 곤란한 것들.. 볼펜이 특히 중요한데 난 주로 전시장통역에서 얻은 공짜 볼펜을 이용한다. 적당히 굵고 쓱쓱 잘 써지는 것들이 최고다. 만약을 대비해 몇 개는 항상 상비하고 있다. 





말을 많이 해야 하는 통역에게 빠질 수 없는 것이 이 물..보통 일을 하러가면 차나 커피는 자주 접대를 받지만 미지근한 물이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중간중간에 마셔두지 않으면 나중에 기침이 멎지 않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ㅎㅎ;;





마지막 사진은 통역하는 내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신 올리브나무님을 위한 한 컷.. 남에게 보여 줄만한 인물이 아니기에 최대한 얼굴은 가려진 것으로 했다. (고객의 비밀을 철저히 지켜야 해야 하는 통역은 비밀을 엄수하겠다는 계약서를 쓰고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공개할 수 있는 사진이 많지 않은데 이 사진은 모 신문에 나온거니 살짝 공개를..ㅎㅎ;;) 베이지색 정장을 입은 여자가 나다. 멀리 찍힌 모습이지만 블로그에는 처음 공개하는 것 같다. 


사진이 언제나 메인이 되는 내 블로그..오늘은 간만에 긴 글을 써 봤다. 적지만 통역의 글을 보시는 블친님들을 위해서이다. 통역을 처음 경험하시고 실패에 고민하시는 분, 통역의 일을 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른다는 분, 일본 유학을 생각하시는 분, 통역에 대한 경험을 나누고 싶다는 분...모두 소중한 블친님이시다. 가끔은 내 모자란 글이 그들에게 조금의 힘이 되길 바라며..


일본어 현지 통역 연락처 +81-90-4170-9827    ppippi51@daum.net



Posted by 장화신은 삐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