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부산여자다. 14년전 까지 내가 부산에 살 때만 하더라도 부산은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 곳이었다. (내가 일본에 와서 부산에도 폭설이 내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도쿄도 거의 눈이 내리지 않는다. 추위를 많이 타서 추운 계절은 한국도 안 가지만 눈에 대한 동경은 엄청나다. 근데 어제 도쿄에 첫눈이 내렸다. 그것도 폭설에 가까운 눈이..낮잠자는 신랑을 깨워(어제는 성인의 날로 일본은 공휴일이었다) 눈이 온다고 빨리 밖을 나가 보자고 설쳐댔다. 3살짜리 딸내미는 「엄마, 눈사람 만들 수 있어?」한다..「당연하지..완전 큰 눈사람을 만들어 보자꾸나..하하하」..그 순간 난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눈이 금방 멈춰 버릴거라는 걱정에 서둘러 밖으로 고!고!고! 

 

 

 집 밖을 나오니 이런풍경이..「오..눈이다!!..딸내미야 봐라..이게 눈이라는 거다. 완전 굉장하지?」.. 바람이 너무 불어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지 딸내미는 갸우뚱했지만 어쨌든 난 기분이 좋았다..쏙쏙 발자국이 생기는 것도 넘 신기하고 눈으로 미끄러지는 감각도 나쁘지 않았다..

 

 

이런 날은 아주 높은 곳에서 새하얀 세상을 내려다 봐야지..사진으로 찍으면 얼마나 멋질까? 우하하하..온갖 상상에 히죽 히죽거리고..

 

 

시간이 조금씩 지나감에 따라 바람과 눈이 장난이 아닌 걸 서서히 느끼기 시작했다. 딸내미가 감기에 걸릴지 모른다는 생각도 조금 했지만 하얀 세상을 봐야 된다는 생각이 앞서 그래도 어떻게든 되리라 생각하고 높은 빌딩이 있는 록퐁기로..

 

 

록퐁기에 도착..「엄마..추워..눈이 자꾸 와..엉엉..」..딸내미 울기 시작하고..그렇다!! 눈에 대한 경험이 없는 난 눈을 너무 우습게 안 것이다..살짝 후회가 몰려오지만, 또다시 높은 빌딩에서 보는 새하얀 세상이 뇌리를 스치고...

 

 

록퐁기 힐즈의 도착..이런..오 마이 갓!!!!!!!!.. 세상이 하얗다. 다른 의미에서ㅠㅠ.. 

 

 

원래는 요렇게 세상이 다 내려다보여야 하는데..ㅠㅠ

 

 

 이 순간까지 포기를 못 한 어딘가에 보일 하얀 세상을 찾아다니고...

 

 

잠시 후 어떻게 하얀세상..아니 회색세상을 담을 수가 있었다.ㅠㅠ

 

 

도쿄에서 이런 풍경은 정말 진풍경이다..좀 더 맑았으면 좋았을껄..ㅠㅠ

 

 

전망대를 내려오니 이런 풍경이.. 눈바람 부는데 누가 욕봤네..쯧쯧쯧....하는 생각이..로맨틱한 내 첫눈 스토리는 현실적으로 되어 가고 있었다..

 

 

멀리 도쿄 타워.. 꼭지 부분도 짤렸다..

 

 

이 블로그의 대문사진으로 사용하는 거미도 눈에 묻혀..사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이 사진을 찍을때도 엄청난 바람과 눈이..열심히 사진을 찍는 나를 보고 놀라는 사람들..저 아줌마 무섭다..라는 소리도..ㅠㅠ

 

 

 눈과 바람 속에 어떻게 건진 한 장..

 

 

이 사진을 찍을 때는 거의 진이 다 빠져 있었다. 사람이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그 말을 몸소 느낀 순간이었다.

한국도 추위가 계속되고 있는 것 같네요. 블로그 친구 여러분..추운날에는 외출 삼가 하시고요..감기 조심하세요!! ^^;;

 

 

Posted by 장화신은 삐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