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씨에 정장은 정말 괴롭다..일본에도 요 몇 년사이 여름에는 쿨비즈하는 회사가 늘었지만 나 같은 통역은 언제나 정장을 입어야 한다. 이날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도교의 아스팔트 위를 걸었다. 이날의 통역은 다큐멘터리 통역이었다. 다큐멘터리 통역? 자막이 아니고? 통역의뢰를 받았을 때 좀 위화감을 느꼈지만 분명 자막번역은 아닐듯했다.

현장에 도착..모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회사이다. 안내받은 회의실에 들어가 보니 방송장비가 가득했다. 하지만 자막 번역을 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담당자가 통역 내용을 설명하기를 이번 프로그램은 어느 한국사람이 고된 시련 끝에 피나는 노력으로 일본에서 성공한다는 다큐멘터리 드라마라고 했다. 드라마가 메인이기는 하지만 그 사람의 생전에 친했던 지인,가족 등의 인터뷰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초반부에 있다고 한다. 그 다큐멘터리를 작성하는데 한국에서 취재해온 인터뷰를 통역해 달라는 것이었다..아하..그렇구나..보통 자막번역은 시간제한과 글자제한이 있어 말내용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통역은 가능한 한 그대로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통역도 역시 인터뷰를 한 사람의 말을 그대로 전달해야 하기에 엄연히 통역인 것이다. 내용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고, 잘못들은 부분은 재생해서 들을 수 있어서 간만에 전혀 긴장감 없는 통역을 했다. 

 

 

통역을 마치고 디렉터가 드라마를 좀 보고 주인공의 한국어 실력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주인공은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배우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발음을 교정받았으니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드라마를 본 감상은.. 너무나 어설픈 한국어였다..어쩌지..솔직히 있는대로 말하면 그 배우에게 무슨 불이익이 있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말하는 내용은 다 알아들었어요..」최대한 부드러운 표현을 사용하려고 했다..  그러자 감독을 불러오겠단다..ㅠㅠ 「정말 솔직히 얘기 해 줘요..한국사람들이 들었을 때 한국사람이라고 느껴지나요?」...한국말은 일본사람에 있어서 결코 발음하기 쉬운 언어가 아니다. 아무리 전문가에게 발음을 교정받았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죄송합니다..한국사람으로는 생각되지 않네요..」그러자 디렉터가「어려운 줄 알지만..이 사람 한국말 연기지도를 해 줄 수 없나요?」..「네??」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긴가..이상황은 내가 완전히 거절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활이란 걸 직감적으로 알았다..「제가 한국말 발음은 자신 있는데(당연한 얘긴가..) 연기는 역시 전문이 아니라서요..죄송합니다」..도망치듯이 나오려고 하는 날 잡고 어떻게 연기가 이상한가..한국인이면 이럴 때 어떻게 하는가.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외국에 있으면 나 같은 개인이 한국대표가 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학교 다닐 때는 수업시간에 언제나 한국인은 이럴때 어때요? 라는 질문이 끊이질 않았었고 사회 나와서도 내 행동 하나하나가 한국인의 대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한국에 있을 때 보다 행동이 더 조심스러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날 내가 한국어 연기를 돕겠다고 했다면 어땠을까? 나에겐 좋은 추억이 될지 모르지만 아마 드라마는 아주 끔찍했을 것이다..

※ 사진과 포스팅의 내용은 관련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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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화신은 삐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