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를 자주 찾아오시는 분들이면 아시겠지만 난 신기하고 기발한 곳을 좋아한다. 일본의 유명한 관광지나 명소는 나 말고도 다른 분들이 얼마든지 소개를 할 수 있고 솔직히 일본에 한해서는 그런 곳은 그다지 흥미가 없다.  

그대신 보통 여행객들은 잘 알지 못하는(나는 그렇게 생각한다..ㅎㅎ;;) 명소를 찾아서 소개하는 게 난 즐겁다. 이번 오사카 여행에서도 흔히 말하는 유명한 코스는 다 돌아다녀 봤지만 카메라를 들고 열중해서 찍을만한 곳은 많이 없었다. (일본생활이 너무 오래되었나..? 어쩜 참신한 눈으로 일본을 바라보는 게 어려워서일지 모르겠다) 그런 가운데 오늘 소개할 곳은 내 눈이 반짝거렸던 곳..관광지는 아니지만 조금 특별한 장소, 고속도로의 어느 풍경이다. 

고속도로라고 하면 흔히 넓은 도로에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풍경과 휴게소나 톨게이트 같은 풍경을 떠올릴 것이다. 도쿄에서는 수도고속도로라고 하는 조금 특이한 고속도로가 있다.  좁은 도로사정을 최대한 이용해 지하로, 고가도로로 연결해 도심속에 만들어 놓은 고속도로인데 도로폭이 좁고 급커브가 많고,그리고 출구도 어려워 평판은 썩 좋지 못하다. 이런 도심의 고속도로가 도쿄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번 오사카 여행에서 오사카에도 도심 고속도로가 있는 걸 알게 되었다. 오늘 소개할 곳은 한신 고속도로(阪神高速道路)의 이케다선(池田線)의 구간이다.       



이 고속도로의 특징은 건물 중앙을 고속도로가 관통하고 있다는 점이다. 「 TKP게이트 타워 」라고 하는 이 건물은 고속도로 회사의 빌딩이 아니다. 



1983년 이 건물주인이 건물을 세우려고 했을 때와 거의 같은 시기에 이곳에서 한신 고속도로 건설계획은 진행되고 있었다. 보통은 어느 한쪽이 양보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 건물주인과 고속도로 회사는 한 치도 양보도 없었다고 한다. 그 결과 5년이 넘는 분쟁을..--;; 결국 이런식의 합의를 보았다고 하니..



고속도로와 건물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아 건물 내에서 고속도로로 들어가지는 못한다. 물론 건물이 해체가 되어도 고속도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건물 밑에서 본 모양..



어찌 되었건 이 구조때문에 한 번보면 잊혀지진 않을 것 같다. 



언제 시간이 되면 저 고속도로도 달려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어떤 느낌이 날런지... 사진에 다 담지 못했지만 이 건물 안에는 5층부터 7층까지는 한신 고속도로가 입주자로 쓰여진 간판이 있고 엘레베이터도 4층 다음은 8층으로 되어있어 도중에 내릴 수가 없다. 

관통된 부분은 쉘터로 둘러싸여 있어 빌딩 내의 화재가 발생했을 때의 피해, 자동차 매연가스와 오염물의 부착을 방지, 자동차의 소음과 진동 등을 방지해준다고 한다. 어쨌든 고생고생하며 만든 것 같다. 어느 한쪽의 양보만이 최선이 아닌 이런 식의 해결방법도 있구나...하는 생각이..하긴 쌍방이 만족한다면 이야말로 민주적인 해결방법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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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변신을 한 오사카성을 보러갔다  (41) 2014.01.23
Posted by 장화신은 삐삐


간만에 글을 쓴다. 두 달만인가..? 한동안 블로그를 등지고 살았었다. 좀 생각이 많아서 잠시 쉰다는 게 정신을 차려보니 꽤 오랜 시간을 블로그 없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대로 접을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걱정해주는 블친님들이 있어 다시 용기를 내어본다. 역시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영 어색하다.ㅜㅜ 

실은 작년 말부터 올 초까지 우리 부부는 오랜 시간을 여행을 하면서 지냈다. 블로그를 등지고 살아 블로그에 올릴 거라고 생각하고 찍은 사진은 없지만 오늘 소개할 곳은 꼭 블친님들께 보여주는 경관이라 사진에 담았었다. 오사카성의 프로젝션 맵핑이다. 세계적으로 프로젝션 맵핑은 유행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작년 도쿄역이 새롭게 단장되면서 등장한 프로젝션 맵핑덕에 상당한 주목을 끌고 있다. 대형건물에 투영하는 프로젝션 맵핑은 흔히 볼 수 있지만 오늘 소개할 것은 일본 고성(古城) 오사카성을 배경으로 한 프로젝션 맵핑이다.    

 


오사카성에 도착하니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말이라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얼어붙은 손을 호호 불어가며 프로젝션 맵핑을 기다리니...


 

광고와 함께 시작을 한다. 



건물에 한 치 어긋남이 없이 투영되는 프로젝션 맵핑..



요란한 음악과 함께 형형색색 바뀌는 오사카 성을 보니 탄성이 절로 난다.



화려한 일본풍의 색조가 오사카 성과 너무 잘 어울리고...



갑자기 등장한 일본검...



칼을 뽑고 어딜 자르나 했는데...



오사카성을 두 동강을 낸다. 이런 자학적인 테마는 꽤 맘에 든다. 



성을 두 동강을 내더니..불도 낸다.



훨훨 타오르는 오사카성



불이 난 후에 유령도 등장하고...



갑자기 번쩍거려 뭔가하니..



중간에 하우스텐보스(큐슈지방의 유원지)의 광고도 들어가 있다..ㅎㅎ;;



다시 제정신(?)을 차린 오사카성



이리저리 회전하기 시작하는 오사카성



벽돌처럼 잘게 썰려...



가볍게 무너진다



무너진다고 생각했는데 꽃도 피고 폭포도 생기고..



금의 샤치호코(일본성 지붕 꼭대기 붙어있는 상상의 동물, 몸은 물고기이고 얼굴은 호랑이의 장식이다)가 등장!



정신없이 날뛴다.



박력있었던 호랑이의 소리



물거품이 오르기 시작하고



꼬르륵...



물거품은 서서히 사라진다



한구석에서 찬란한 빛줄기가 떠오르고...



거대한 나비가 등장하여 비날레로 향한다



금빛으로 물든 오사카성..



카메라가 후져서 셔터 스피드가 따라가질 못해 한계는 있지만 오사카성의 변신을 담아보았다. 화려한 음향과 함께 펼쳐지는 프로젝션 맵핑은 2월 16일까지 개최된다. 오사카 여행을 하시는 분은 들려보시길...

간만에 써 본 블로그...역시 힘들다..하지만 다시 시작을 했으니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 여러분 힘 좀 주세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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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있는 쇼킹한 고속도로  (48) 2014.01.27
Posted by 장화신은 삐삐


비교적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우리 가족은 2달에 한 번 함께 미장원엘 간다. 4살짜리 딸아이는 특히 미장원을 가는 걸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이유는 미장원 오빠가 잘생겼다는 점(우리 딸아이의 첫사랑일지 모른다..ㅎㅎ;;)과 미장원 앞에 모스버거라고 하는 햄버거집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에도 변함없이 미장원에서 머리를 자른 후 모스버거엘 가게 되었는데... 



일본여행을 와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을 들려보는 모스버거..일본 오리지널 햄버거 체인점이다. 지금은 한국에도 점포가 생겼다는 얘길 들었지만 어째 맛은 일본과는 다르다는 평판이 눈에 띈다.  

몇 달 전 맥도날드 햄버거에 관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무지하게 욕을 먹은 기억이 있어 이번 포스팅도 솔직히 좀 망설였었다. 딸아이에게 햄버거를 먹이는 나를 친엄마가 아니다, 게을러터진 엄마다...라는 악플을 잔뜩 받았는데...실은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만큼 패스트푸드에 관한 인식이 그리 나쁘진 않다. 식품위생에 관해 큰 문제가 된 적도 없어... 매일 먹는 음식이 아닌 이상 아이들과 함께 햄버거를 먹는 다는 것에 대해 그리 거부감을 가지지 않는다. (실제로 일본 엄마 친구들에게 한국에서 햄버거를 딸아이에게 먹였다고 욕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얘길하니 한결같이 왜?? 라는 질문을 한다..-_-;;) 이 점을 양해 바라고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모스버거는 맥도날드에 비해 전체적으로 햄버거 가격이 조금 비싸다. 와규로 만든 햄버거, 특별한 치즈를 사용한 햄버거 등이 있어 조금 차별화된 햄버거를 겨냥하는 듯하다. 



계절별로 새로운 메뉴를 만들기도 하는데..올 겨울에는 거대한 소세지와 고로케가 들어있는 포카차를 선보였다. 



오늘 소개할 햄버거는 이 라이스 버거..쌀로 만든 버거인데...라이스 버거 자체는 예전부터 있었던 것이다. 나 역시 라이스 버거는 좋아하는 메뉴이지만..이번 라이스 버거가 너무나 각별해 처음 봤을 때 정말 충격을 받았었다. 남편에게 메뉴를 보여주며 「어때 맛있을 것 같지?」하고 꼬셔봐도...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난 괜찮으니깐 사양할께..당신이나 먹어」 하는 답만 할 뿐...솔직히 블로그의 글로 쓸 생각이 없었으면 주문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특별한 햄버거들을 남편의 의향을 무시하고 주문해봤다. ㅋㅋ 모스버거는 모든 음식을 주문을 받고 나서 만든다. 그래서 맛은 있지만 패스트푸드라고 불릴 정도로 빨리 음식을 받지는 못한다. 번호표를 받고 잠시 기다리니...



먼저 음료를 준다. 대부분의 모스버거가 이렇게 종이컵을 이용하지 않는다. 



이것이 오늘의 주인공 「고등어 된장 버거」다..라이스 버거 안에는 이렇게 고등어가 한 점..된장에 잘 조려져 있다. 토핑은 흰파와 깨..  



 

긴장되는 손짓으로 살짝 버거부분을 올려보니..우와..정말 고등어다!  한 입 베어 물고 콜라를 마시니..비린내가 입안을 감싼다..캬...! !  도저히 비린내를 떨쳐낼 수 없어 남편에게 줬다. 먹으면서「그렇게 맛이 없진 않아..」라는 남편..「정말 맛있어? 정말? 담에 또 시킬 수 있겠어?」하고 물어보니 답을 안한다..ㅋㅋ 어쨌든 남편은 혼자서 마지막까지 먹었다. 



또 하나 주문한 라이스 버거..「연근 야채 버거」..비쥬얼부터 상당하다..



펄펄 살아있는 연근과 당근, 버섯..그리고 김! 뭐하나 맘에 드는 재료는 없지만..그래도 고등어 버거보다 나을 것 같아 내가 먹기로.. 하지만 반도 먹지 못하고..ㅜㅜ



결국, 다시 주문한 칠리도그..ㅋㅋ 블로그에 리뷰를 쓰려고 도전해 본 라이스 버거는 이렇게 결말이...음식에는 만족을 못 했지만 먹으면서 많이 웃고 즐거웠던 우리부부였다. 참 그러고 보면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서 내 인생의 경험치가 확실히 풍부해 진 것 같다. 세상은 넓고 신기한 것들은 너무나 많다...그래서 인생은 즐거운 거겠지...♬ 



Posted by 장화신은 삐삐


난 물건 만들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지금은 일과 육아에 쫓겨 제대로 된 만들기에 몰두할 수 없지만, 과거에는 꽤나 쓸데없는 물건만들기에 열중했었다. 그런 나에게 일본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해준다. 주변에 둘러보면 혼자서 뭘 만들수 있는 그 무엇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오늘은 이런 내가 요즘 딸아이와 열중해 있는 과자만들기에 대해 소개를 하고자 한다. 과자만들기라고 해서 오픈에 굽는 그런 과자가 아니고 일반 슈퍼에 시판되는 과자인데 이것들의 만들기 방법이 정말 경의롭다.



짠! 즐거운 스시 만들기...



내용물을 꺼내보면 대충 이렇다. 준비할 것은 적당량의 물...



적당량의 물을 넣고 반죽한 모습...



이쿠라라고 불리는 연어알을 만드는 과장..정말 긴장으로 손이 떨린다..^^;;


손을 떨어가면서 만든 작품들...참치의 결도 계란말이의 무늬도...너무나 섬세하다.



또 떨리는 손으로 간장 한 방울..! (실은 간장이 아니고 쵸콜렛 소스이다). 이 스시의 맛은 물론 새콤달콤 구미의 맛이다. 



다음에 도전할 작품은 과자 세트로 빵 만들기! 초코 코로네라고 하는 이 빵은 우리말로 하면 초콜렛이 든 소라빵쯤 되겠다. 원작 「꽃보다 남자」에서 도묘지(이민호가 연기한 구준표역)의 헤어 스타일이 이 빵과 비슷한 걸로 인용되었었다. 



내용물은 이렇다. 소스가루와 영문을 알 수 없는 종이, 그리고 비닐이 들어 있다. 



열심히 빵 반죽을 하는 삐삐..



잘 밀어서 이런 모양으로...



내용물에 들어 있던 종이를 이용해 소라모양을 만든다.



비닐을 이용해 초콜렛 소스를 부어서...



30초간 전자렌지에 가열하면 완성! 정말 향기로운 빵 냄새가 난다. 물론 빵집의 빵보다는 덜하지만, 맛은 꽤 괜찮다.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빵 만들기...



이건 떡만들기 세트! 붕어빵과 일본 전통 떡을 만들 수 있다.



내용물은 이렇다. 떡에 필요한 떡꼬치가 특히 눈에 띈다. 



붕어빵은 이렇게 틀에 끼워 꾹꾹...



팥 소스(실은 초콜렛 소스)도 바르고...



약간 어설프지만 붕어빵 완성! 



완성된 떡들...



단고같은 경우 실제 단고랑 맛이 똑같다! 



이건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캔디 재료...



특별한 설명은 없고...자유롭게 그 무언가를 만들면 된다.



열심히 반죽을 해서 만들어 봤다. 



손에 재료들이 들러붙어서 제대로 된 작품은 못 만들고...이 정도가 한계다..-_-;;

이 외에도 일본에는 직접 만들어 즐길 수 있는 과자세트가 많이 있다. 포장에는 「머리를 발달시키는(知育) 과자」라 적혀있어 아이들이 대상자가 된 듯하지만 어른들도 열중할 수 있는 과자들이다. 실은 오늘 소개한 과자들은 우리 부부가 딸아이를 재워두고 밤 11시에 열심히 만든 것들이다. 다 큰 어른이 이런 과자를 만든다고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웃겨 만들면서 한동안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오늘 소개한 과자의 재료들은 동네 슈퍼와 편의점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단 진열된 장소가 눈에 띄지 않는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이들이 쭈그리고(?) 앉아야 볼 수 있는 가장 아랫단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일본여행 시 한 번 찾아보시길... 



Posted by 장화신은 삐삐


내 블로그 이름을 도쿄×통역 이라고 한 이유는 내가 사는 도쿄와 내가 일하는 통역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서 였다. 그리고 이 타이틀에는 경상도 사투리와 사연이 깊다. 


우선 내가 일본에서도 도쿄에 살게 된 이유는... 내가 지독한 사투리를 쓰는 경상도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서울은 딱 2번밖에 가 본 적이 없지만, 서울말에 관한 동경은 남달라 적어도 일본어 만큼은 사투리가 아닌 서울말에 해당되는 도쿄말을 쓰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지금 유행하는 응답하라 1994를 보면 쓰레기가 아무리 멋진 말로 사람들을 녹여도 역시 난 달달한 서울말을 쓰는 칠봉이가 훨씬 끌린다. (칠봉이가 김재준이 아닐까? 하며 콤마 단위로 화면을 돌려 유니폼의 이름을 보려고 한 적도 있다.그래서 쓰레기가 김재준이란 루머와 요즘 돌아가는 스토리가 영 맘에 들지 않는다..ㅠㅠ )  


그리고 통역을 하게 된 것도 이 경상도 사투리가 큰 몫을 했다. 

일본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 친한 교수님으로부터 임시직이긴 하지만 한국어 교사를 해 보지않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풋풋한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일이라 흔쾌히 승낙하고 약 반 년간 한국어를 가르친 적이 있다. 하지만 어느 날 학생들이 교과서를 모두 경상도 사투리로 읽고 있는 것을 발견!!..ㅠㅠ 학생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교사직에 관한 꿈은 접었다. ㅠㅠ 


그런 연유로 비교적 사투리도 통용(?) 되는 통역에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지금은 주변에 경상도 사람이 없어 예전만큼 억센 경상도 사투리를 쓸 기회는 없지만..그래도 통역을 하다가도 급하면 사투리가 그냥 나와 손님들을 당황 시키기도 한다..ㅎㅎ;;)


블로그를 시작할 땐 도쿄에 관한 글만큼 통역에 관한 글도 많이 쓸려고 계획을 했었는데 글솜씨가 없다 보니 정작 통역에 관한글은 뒷전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오늘은 무리를 해서(?)라도 통역에 관한 글을 쓰려고 한다.


통역사의 일은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오늘 이야길 할 부분은 통역사들의 소지품에 관해서이다. 항상 커다란 가방을 들고 다니는 통역사들..사실 내용물을 보면 별것 아니지만 통역사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가방의 소지품은 상황마다 조금씩 바뀌기는 하는데 (누누이 이야기 하지만 일본에서 한국어를 통역하는 통역사는 일의 건수가 많지 않아 레벨과 경험에 상관없이 전시장통역부터 국제회의 통역까지 함께 뛰는 경우가 많다.) 오늘 소개할 소지품은 어제 내가 일하러 간 비지니스 통역 때의 것들이다. 


보통 고객에게 사전에 자료를 메일 첨부해서 받는 경우가 많아 많은 양의 서류를 가져가야 하므로 가방은 가볍고 튼튼한 것이 좋다. 사진의 가방은 브랜드 가방은 아니다. 늘 정장을 입고 다녀야 해서 그에 어울리는 가방을 찾는 게 중요한데... A4의 서류를 대량으로 넣어 다니면서 비지니스 가방으로 보여야 하고 그렇다고 너무 촌스럽지 않은 가방 (비지니스 통역의 경우 내 얼굴이 고객회사의 얼굴이기도 해 외모와 옷차림에는 신경을 쓰는 편이다) 이라 생각해서 구입한 것이다.





이건 내 아이패드..전자사전대신으로 들고 다니는데 쉬는 시간에 신경이 쓰이는 단어를 찾기 위해서이다. 실제로 사전으로 단어를 찾아본 적은 없다. 사실 그럴 여유도 없고 사전에서 단어를 찾는 통역을 누가 돈 주고 고용을 하겠느냐... 다만 나도 전문적인 이야기가 되면 알지 못하는 말도 있어 그럴땐 인터넷 검색을 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이건 내 핸드폰. 스마트폰이 일반화된 한국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폴더폰..3년전에 구입을 했는데 좀처럼 고장이 나지 않아 앞으로도 1년은 더 쓸 것 같다. 옆에 있는 건 핸드폰에 끼우는 이어폰..핸드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 사용한다. 통역에게서 귀는 생명이기에 평소에는 음악을 잘 듣지 않지만 가끔 일을 하기 전에 음악을 듣는 경우가 있다. 웬만하면 긴장을 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그래도 큰 무대에 서야 할땐 나도 떨린다. 그럴땐 최대한 강렬한 음악을 들으면서 회장으로 향한다.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서이다. 난 할 수 있다. 난 이 자리를 빛낼 수 있다....





이건 명함첩. 개인적으로 일할 때는 개인 명함을, 통역 에이전트를 통해서 일할 때는 통역회사의 명함을 사용한다. 고객의 특징을 잘 기억하기 위해 금방 메모할 수 있게끔 필기구가 꼽혀있다. 





여러 종류의 수첩을 사용해 봤지만 결국 이 수첩이 가장 맘에 들었다. 가방이 무거워 가능한 한 가벼운 걸 선택 하다보니 이렇게 얇은 수첩이 되었다. 수첩에 적힌 내용은 고객에 관한 정보.. 






내 통역 메모장. 한국의 통역대학원에선 메모하는 방법도 배우는 수업이 있다는데...난 정식적으로 배운 건 아니고 경험으로 조금씩 내 방식으로 터득해 메모를 한다. 우선 메모 방법은 통역은 속기사가 아니니 모든 대화를 메모할 필요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의 흐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어떻게 조리 있게 전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메모에 집중해서 대화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메모는 안 하는 편이 좋다. 메모에 있어서 빠져서는 안 되는 부분은 대화의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그리고 숫자, 키포인트가 되는 단어...그정도면 충분하다. 





잡다한 문방구들..하지만 없으면 곤란한 것들.. 볼펜이 특히 중요한데 난 주로 전시장통역에서 얻은 공짜 볼펜을 이용한다. 적당히 굵고 쓱쓱 잘 써지는 것들이 최고다. 만약을 대비해 몇 개는 항상 상비하고 있다. 





말을 많이 해야 하는 통역에게 빠질 수 없는 것이 이 물..보통 일을 하러가면 차나 커피는 자주 접대를 받지만 미지근한 물이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중간중간에 마셔두지 않으면 나중에 기침이 멎지 않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ㅎㅎ;;





마지막 사진은 통역하는 내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신 올리브나무님을 위한 한 컷.. 남에게 보여 줄만한 인물이 아니기에 최대한 얼굴은 가려진 것으로 했다. (고객의 비밀을 철저히 지켜야 해야 하는 통역은 비밀을 엄수하겠다는 계약서를 쓰고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공개할 수 있는 사진이 많지 않은데 이 사진은 모 신문에 나온거니 살짝 공개를..ㅎㅎ;;) 베이지색 정장을 입은 여자가 나다. 멀리 찍힌 모습이지만 블로그에는 처음 공개하는 것 같다. 


사진이 언제나 메인이 되는 내 블로그..오늘은 간만에 긴 글을 써 봤다. 적지만 통역의 글을 보시는 블친님들을 위해서이다. 통역을 처음 경험하시고 실패에 고민하시는 분, 통역의 일을 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른다는 분, 일본 유학을 생각하시는 분, 통역에 대한 경험을 나누고 싶다는 분...모두 소중한 블친님이시다. 가끔은 내 모자란 글이 그들에게 조금의 힘이 되길 바라며..


일본어 현지 통역 연락처 +81-90-4170-9827    ppippi51@daum.net



Posted by 장화신은 삐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