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일본 유치원은 입학 전 부터 엄마들에게 수제품을 많이 만들어 오라고 은근히 강요(?)한다는 얘길 쓴 적이 있다. (관련 포스팅 http://ppippi51.tistory.com/entry/일본-유치원은-입학하기-전에-이-모든-것을-준비해야-한다-1) 일본 유치원은 적어도 나에겐 상당히 부담스러운 부분이 많다. 딸아이를 올해 처음으로 유치원에 보내고 일본유치원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는데 가장 크게 느낀 점이 엄마들의 역할이 정말 크다는 점이다. 일본 유치원은 보통 3년 동안 다니는데 다니는 동안 엄마는 거의 매일 도시락을 싸야 한다. 모두 귀여운 도시락을 만들어 오는 바람에 (캐릭터 도시락) 나같이 요리를 못 하는 여자는 새벽부터 일어나 도시락과 전쟁을 해야 한다. 행사도 무지 많고 그때마다 엄마들은 불려 간다. 오늘은 이런 엄마들을 귀찮게 하는(?) 일본 유치원의 생활에 대해서 좀 수다를 떨어보려고 한다.

 

 

 일본 유치원을 공부를 가르쳐 주지 않는다. 가능하면 밖에서 놀기를 권장해 유치원 옆에 사는 우리 집은 낮에는 아이들의 소리로 지붕이 떠나가도록 시끄럽다. 놀고, 놀고, 또 놀고...공부 비슷한 것도 하질 않는다. 진흥탕에서 놀고, 검정 숯을 묻혀가면서 놀고, 가면을 쓰면서 놀고...매번 노는 것도 테마가 있는 모양이다.  

일본 유치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아이들이 신나게 즐겁게 유치원에서 생활하는 것. 그래서 엄마들은 그에 대한 서포트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곳의 분위기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가장 커다란 행사가 지난주에 있었다. 바자라고 불리는 이 행사는 일종의 유치원 축제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많은 엄마들이 이 바자를 준비하려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된다. 

 

  

전업주부인 엄마는 이 행사에 깊이 참여하게 된다. 나같이 일을 하는 엄마도 당일뿐이지만 행사를 돕는데 불려 나간다. 나는 영화담당이었다(교실에 극장을 만들어 인형극을 보여주거나 만화영화를 보여주는데 보조를 했다)

  

 

이 행사의 주목적도 아이들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 그래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은 다 한다. 적은 예산으로 운영해야 하기때문에 대부분이 엄마들의 노동력으로 해결된다. 위의 사진은 일본의 밭빙수같은 카키고오리라는 음식을 만들어 파는 풍경. 물론 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다. 

 

  

얼음에 시럽을 뿌린 게 전부인 카키고오리..그래도 아이들은 여름내 이 카키고오리를 못 먹어서 안달이다. 우리가 어릴 때 먹던 쭈쭈바랑 맛이 비슷하다. 

 

 

재료 공수도 조리도 판매도 모두 엄마 아빠들이 참여 한다.  

 

 

킨교 스쿠이(金魚すくい)라고 하는 게임. 찟어지기 쉬운 얇은 종이로 금붕어를 얼마나 많이 담느냐는 게임이다. 담은 금붕어는 마지막에 포장해서 준다. 딸아이가 무척 하고 싶어했는데 우리 아파트는 애완동물금지라(심지어 금붕어도 안된다) 도전을 할 수가 없었다. 

 

 

대신 도전한 것이 이 요요츠리. 작은 풍선에는 클립이 묶여 있어 고무로 그 클립을 낚는 내용이다. 풍선 안에는 물이 들어 있다. 

 

 

행사는 대부분 엄마들의 솜씨로 이루어진다. 이런 포스트도 모두 엄마들의 작품

 

  

솜씨가 좋은 것들이 많아 몇 개 담아봤다

 

 

케찹이 리얼하게 그려진 포스터

 

 

포테이토와 너겟도 귀엽다

 

 

많은 음식들이 엄마들의 핸드메이드이다. 이렇게 사탕을 엮어 팔기도 하고 케익이나 쿠키를 구워서 팔기도 한다. 

 

 

일본 축제에 빠질 수 없는 솜사탕...도 직접

 

 

교실에는 이렇게 아이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곳이 많다. 이 교실을 꾸미기 위해 엄마들은 아이가 입학한 4월부터 이날까지 일주일에 2∼3번은 모여 게임을 계획하고 물건을 사러 가고 만들어야 했다. 모든 게 저 예산으로 꾸며지기 때문에 전부 핸드메이드이다. 이 교실은 만화 원피스를 본 떠 만든 해적의 나라. 아이들이 게임을 하고 상품도 받는다.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이 이 보디페인팅. 그림에 재주가 있는 엄마들은 이 보디페인팅에 참여하게 된다. 

 

 

짠..딸아이는 너무 좋아하고...

 

 

이런 털실인형 만들기를 가르쳐 주는 교실도 인기였다. 

 

 

우유 팩에 실을 감아 만드는 걸로 이 우유 팩은 엄마들이 열심히 모아온 것들이다. 

 

 

완성작품들..귀엽다..ㅎㅎ

 

 

바자의 메인 이벤트는 뭐니뭐니해도 이 마켓이 아닌가 싶다. 각 가정에서 3개 이상의 신품의 물건과 핸드메이드의 물건을 내어 운영된다. 

 

 

시중가격보다 많이 저렴해 동네 엄마들은 다 몰리게 된다. 

 

 

입지 않는 옷, 가방, 세재, 장난감, 학용품, 그릇...정말 없는 게 없다. 내년에 입학하는 아이들의 바쁜 엄마들을 위해 핸드메이드 가방류가 있어 이 바자에 참가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아침부터 줄을 선다. 

 

  

특이한 재능이 있는 엄마들은 이런 가게를 내기도 한다. 

 

 

악세사리도 있고

 

 

지우개 도장도 있다

 

 

네일을 잘 하는 엄마들은 이렇게 아이들에게 시술을 해 주기도 하고...

 

 

딸아이는 강렬한 색을 선택했다..ㅎㅎ 처음 받는 네일에 두근구근... 이 바자에 수익금은 불우이웃돕기에 운영되나?... 했는데 역시 불우이웃은 나라가 돕기 때문에 그리고 가진 않는다고 한다. 수익금은 아이들의 문화생활에 들어간다. 극단을 불러(극장에 가는 게 아니고 극단을 부른다) 연극을 감상하는데 거의 모든 수익금이 사용된다고 한다. 그리고 남은 돈은 내년의 바자준비로... 

많은 엄마들의 수고로 이 바자는 무사히 성대하게 치러졌다. 매번 이 행사의 준비를 위해 불려 가는 엄마들을 보고 안쓰럽게도 느낀 적이 있었는데 행사 중 모두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기우였다보다. 다음 달에는 아이들의 운동회가 있다. 물론 엄마들은 벌써부터 준비에 바쁘다. 운동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공원에 모여 연습을 하기도 한다. 전력질주를 하는 일본 유치원생 엄마들의 모습..여러분은 어떻게 느꼈는지 궁금하다.

 

 

Posted by 장화신은 삐삐

 

딸아이가 어제부터 유치원을 다니게 되었다. 엄마로서 정말 감회가 새롭다. 긴장하는 딸아이의 모습이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역시 사랑스럽고 대견스럽다.

일본은 특히 도쿄는 워킹맘에게 있어서 환경이 정말 좋지 못하다. 매일 8시간 이상 일을 하는 워킹맘의 아이들이 주로 대상이 되는 어린이집(이곳에서는 보육원이라고 한다)은 빈자리가 없어 일을 하고 있어도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나처럼 회사에 적을 두지 않고 비 정기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 수가 없다. 일이 있을때 마다 비인가 어린이집에 아이를 맏기게 되는데 8시간쯤 맡기게 되면 하루에 우리돈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무엇 때문에 일을 하는지 가끔 복잡한 기분이 들때가 있다.

이런 생활을 계속해 왔던 나에게 딸아이의 유치원 입학은 커다란 생활의 변화이다. 일본 유치원은 기본적으로 9시부터 14시까지이다. 일이 있을 때는 연장 보육도 해주니 딸아이의 유치원의 입학은 나로서도 자유롭게 일을 할 기회가 주어진 듯해 설레는 기분도 든다.

근데 이 유치원이라는 게 처음부터 어려운 문제를 던져준다. 2달 전 「부모님의 회」라는 모임이 있어 참가하니 새로운 유치원 생활의 생활지침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그리고 프린트를 나눠주며 유치원 입학까지 만들어 올 과제라고 한다..내용을 대충 훑어보니 갑자기 심한 스트레스가... 도시락 주머니, 냅킨, 가방...수 많은 물품을 엄마들이 직접 만들어 가야 하는 내용이었다. 오 마이 갓!!

 

 

재봉질에 자신이 없는 엄마들을 위해 친절하게도(?) 학원 전화번호도 알려준다. 정 만들 시간이 없는 엄마는 재료를 들고 돈을 지불하면 만드는 업자를 소개해 주겠다는 안내도 함께 쓰여있었다.

난 물건을 만드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재봉질은 정식으로 해 본적이 없다. 어쩌나..하는 고민이 우선 들었다. 결론은 남들이 다한다면 나라도 못 할 게 없지..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딸아이에 대한 애정으로 어떻게 도전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만들기 시작하니 쉽지가 않다..ㅜㅜ 고민끝에 시어머님에게 도움을 요청해 시어머님과 함께 겨우겨우 만든 물건들이 아래와 같다..

 

 

 유치원에서 사용하는 동화책 가방.. 유치원에선 일주일에 한번 아이가 좋아하는 동화책을 빌려올 수 있다. 그 때 사용하는 가방. 아이가 들고 다니기 편하게 가볍고 튼튼하게 만들어야 했다.

 

 

딸아이가 포켓트 몬스터를 너무 좋아해 포켓 몬스터의 옷감으로 만들어 봤다. 완성하고 나니 좀 허전해 포켓 몬스터에 나오는 슈퍼볼을 만들어 붙여봤다. 슈퍼볼에는 솜을 좀 넣어 볼륨감을 늘였다. 

 

 

실내화를 넣는 가방. 이 가방에도 피카츄를 만들어 달아보았는데 영 솜씨가 없어 참담한 결과가..ㅠ_ㅠ 특히 눈동자가 너무 작아 만들 때 많이 힘들었다. 완성해 보니 눈먼 피카츄가 되어 있다..달지 말 걸 그랬다. 

 

  

유치원에서 사용하는 컵을 넣는 봉지..가운데 리본을 넣어 다른 천과 연결해 예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건 스모크.. 유치원 내에서 생활할 때 옷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입는 옷.. 딸아이의 성장에 맞추어 조금 크게 만들어 봤다.

 

 

천에 사과가 그려져 있어 사과를 한번 붙여봤다. 

 

 

이건 천고르기부터 시어머니가 한 스모크.. 원예용 스모크..딸아이의 유치원에는 작은 밭이 있어 유치원생들이 농작물을 키운다. 그때 옷을 더럽히지 않도록 길기가 조금 길게 제작해야 했다. 

 

  

이것도 시어머님의 작품. 미술을 할 때 물감에 옷을 더럽히지 않도록 사용하는 스모크.. 천 자체가 수수한 것은 더럽혀도 금방 세탁이 가능한 얇은 천을 찾아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도시락을 먹을 때 깔 냅킨..일본 사람들은 도시락을 먹을 때 도시락을 싼 보자기를 깔고 먹는다. 유치원생은 보자기로 도시락을 쌀 수 없어 그 대신 이런 냅킨을 따로 제작해야 했다. 

 

 

이 냅킨도 리본을 이용해 봤다. 

 

 

만드는 김에 한 장 더 만들어 봤다.. 바느질도 비뚤비뚤. .ㅠ_ㅠ 

 

 

유치원은 옷을 더럽히거나 화장실에 실패할 경우를 생각해 옷을 한 벌 더 가지고 가야 한다. 그때 사용하는 봉지. 원래는 귀여운 동물들을 많이 달아주려고 했는데..힘이 들어 도중에 포기..한마리에 그쳤다..ㅠ_ㅠ

 

  

난 항상 비뚤 비뚤하게 팰트를 붙이게 된다. 왜 이럴까..

 

 

이건 유치원에서 사용하는 걸레. 아이들 손에도 사용하기 쉽게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야 했다. 끈을 만들어 사용 후에는 걸어서 말릴 수 있도 있다. 

   

 

거의 2달간 시어머니와 함께 만든 유치원 물품들은 이상이다. 그리고 아직도 도시락 가방은 완성을 못 했다..ㅠㅠ 주변의 동네 아줌마에게 물어보니 역시 딸아이의 유치원이 특히 제작해야 할 물건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동네 아줌마 모두가 이런 물건을 많고 적게 만들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유치원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면 좋겠지만 역시 엄마들의 부담은 상당하다. 이번 유치원 물건 제작에 나도 어느 정도 재봉질을 익히게 되었다. 딸아이가 초등학교를 들어갈 때는 더 멋진 작품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Posted by 장화신은 삐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