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블로그를 통해 통역을 의뢰하시는 분이 늘면서 “삐삐씨, 지난주에 소개한 ○○레스토랑 정말 맛있어 보이던데요? ”하시는 분도 있고 “이번 출장은 삐삐님이 소개해 주신 레스토랑만 가 보기로 했습니다”라고 하시는 분도 생겼다. 그동안 내가 소개한 맛집을 가 보고 싶다는 사람이 직접 눈앞에 나타나는 기회가 늘어 섣불리 맛집도 소개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금껏 소개하지 않았던 정말 맛있는 가게는 없었나 하고 생각해보니 한군데 정말 맛있는 가게를 빠뜨린 것을 기억해 냈다. 오늘은 일본에서 술안주라면 이것..꼬치구이(야끼토리)를 정말 맛있게 맛볼 수 있는 곳 토리시게(鶏茂)를 소개하고자 한다.  

 

 

남편이 야키토리를 좋아해 정말 많은 야키토리를 먹어봤지만, 이 가게를 능가하는 야키토리는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우리부부가 가본 토리시게는 록퐁기점, 도쿄역 다이마루(東京大丸店)점, 신바시점이 있지만 오늘 소개할 곳은 담배냄새를 싫어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도쿄역 다이마루점이다. 

 

 

 주말 6시반쯤 도착하니 우리이외에도 3그룹이 기다리고 있어 가게앞에서 15분쯤 기다리니 자리를 안내해준다. 오랜만에 토리시게..맘같아선 매주 들리고 싶지만 이곳은 여느 야끼토리집보다 가격이 좀 센 편이다. 그래서 자주 들리지는 못하지만 갈때마다 만족을 하게되니 해외에서 친구들이 오거나 중요한 분들을 초대할때 꼭 사용하게 된다.

 

 

야끼토리집을 왔으니 처음엔 맥주를 주문. 삿포로 에비스 호박색 생맥주..짜릿한 뒷맛이 정말 맘에 든다. 

 

 

토리시게를 오면 항상 주문하게 되는 토마토 사라다. 껍질 벗긴 잘익은 토마토 하나를 눈앞에서 이렇게 썰어 주는데 놀랍다. 가운데는 프렌치 드레싱에 절인 양파..토마토와 함께 먹으면 최고의 샐러드가 된다.

 

  

야끼토리집에서 왠 교자(만두)? 할지 모르겠지만 딸아이를 위해 주문했다. 이 교자도 닭고기로 만들었다. 겉은 바싹하면서 안은 적당한 기름이 나와서 촉촉하다. 

 

 

오신코도 주문해 봤다. 이곳에서 내 주는 오신코는 누가즈게(ぬか漬け)라고 해서 쌀겨와 염분으로 만든 저장 식품이다.  냄새와 맛이 독특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일본음식중 하나지만 이곳 누카즈게는 냄새가 나지 않아 주문하게 된다.

 

 

야끼토리를 열심히 만들고 있는 총각들..

 

 

드디어 도착한 야끼토리. 이것은 파에 닭고기를 감싼 형태로 네기마(ネギ巻)라고 한다. 토리시게는 먹어보면 알겠지만 모든재료를 엄선된 것들만 사용해 신선함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가운데 파도 지름이 2㎝가 넘는 굵은 부분만 사용한다.  

 

 

이건 단고라고 불리는 야끼토리. 닭고기를 잘게 다져 그 안에 연골을 넣었는지 오득오득한 식감이 난다. 

 

 

가지도 이렇게 숯불에 구워먹으면 정말 맛있다. 기름을 발라 구워진 가지에는 소금과 조금 매운 간장을 발라놓았다.

 

 

닭고기의 허벅지 살과 야채가 교대로 끼워져 있는 모모니쿠. 일반적으로 야키토리라고 하면 이 모모니쿠를 떠올리게 된다.

 

  

야겐 난코츠. 부드러운 연골부분을 숯불에 구운 요리이다. 

 

 

이건 꽈리고추. 일본에선 이런 맵지 않은 꽈리고추는 가끔 등장하지만 우리처럼 그냥 고추는 잘 못먹는다.

 

 

테바사키..닭의 날개부분을 숯불에 구운 요리. 

 

 

딸아이를 위해 주문한 주먹밥. 잘게 다진 닭고기를 간장과 설탕에 양념해 만들었다. 

 

  

남편이 주문한 오차즈케. 닭고기 스프에 밥과 우메보시가 들어있다. 와사비와 함께 먹으면 뒷맛이 깔끔하다. 

 

 

난 닭죽을..닭죽이라고 해도 우리의 삼계탕과는 조금 달리 마지막에 계란을 풀어준다. 이 정도로 먹으니 너무나 배가 부르다. 간만의 토리시게라 좀 과도하게 주문을 했나 보다. 토리시게의 꼬치구이는 다른 야끼토리점보다 하나 하나가 꽤 크다. 야끼토리는 흔히 있는 양념으로 맛을 결정하는 요리가 아니라 양념이라곤 소금이나 단간장뿐임으로 그야말로 닭고기의 참맛으로 승부를 건 요리이다. 그래서 닭고기의 선택이 정말 중요하다. 토리시게의 닭고기는 육질도 좋고 무엇보다도 닭고기의 독특한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아 어떤 요리를 주문해도 만족하며 먹을 수 있다. 꼬치구이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도쿄여행에서 꼭 들려보시길...

 鶏茂주소(大丸東京店) 東京都千代田区丸の内1-9-1 大丸東京12F

 

 

Posted by 장화신은 삐삐

언젠가 일로「모처럼 일본에 왔으니 일본냄새가 팍팍 풍기는 이자카야를 가고 싶은데 알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 가본 이자카야는 정말 일본냄새가 팍팍 풍기는 곳이 많았다. 하지만 정작 일본에서는 그런 가게가 많지 않다. 그때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는데 지난주 우연히 관광객들이 좋아할 만한 이자카야를 발견했다. 「쿄마치 코이시구레(京町恋しぐれ)」라는 이자카야이다. 이 가게는프랜차이즈점으로 도쿄에는 신주쿠, 시부야, 오다이바에 점포가 있다. 우리가 이날 찾아간 곳은 시부야점이다.  

 

 

시부야의 쿄마치 코이시구레는 대형 양판점 빅카메라의 4층에 있다. 건물은 보통 가전제품을 파는 분위기가 나는 곳이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내부도 상당히 넓고 박물관도 아닌데 세세한 부분까지 상당히 신경 써서 만든듯했다. 

 

 

쿄토의 마을풍경을 재현했다는 코이시구레는 도저히 도심 한 가운데 있는 술집으로는 느껴지지 않을만큼 크고 화려했다. 

 

 

골목길도 멋지고..소품 하나하나 제대로 갖춰졌다.

 

 

우리 가족이 안내받은 방..코이시구레는 모든 좌석이 개인실로 되어 있었다. 방마다 크기와 인테리어가 달랐다.

 

 

우선 맥주 한잔 마시고..

 

 

술을 시키면 항상 나오는 오토시(공짜는 아님)...두부와 캐비어 무침? 생각보다 맛있었다. 

 

 

딸내미를 위해 시킨 고구마 튀김.. 설탕에 절인 버터와 함께 나온다. 바싹하고 고구마도 나루토킨토키(맛있는 고구마의 대명사)라 달고 맛있었다. 

 

 

내가 시킨 버터 감자와 창자(일본에서는 창란젓을 창자라고 한다. 왜 이런 끔찍한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창란젓이 발음하기 어려워서 창자로 바뀐게 아닌가 싶다. 창란젓은 일본사람에게도 정말 인기있는 음식이다)

 

 

꽈리고추 돼지고기 꼬치구이와 팽이버섯 돼지고기 꼬치구이.. 숯 냄새가 향긋해 좋았다. 고기도 부드러웠다.

 

 

좀 당겨서도 찍어보고..

 

 

야키토리도 주문해 봤다.

 

 

일본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술 마신 후 마지막에 식사를 한다. 그때 식사는 가벼운 오차즈케(국밥류)와 라면이 많다. 이날 차즈케는 우메보시 차즈케다. 호리병에 국물(우동국물 같은 맛)이 들어 있어 밥에 부어 말아 먹는다.

 

 

음식을 다 먹고 천천히 가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코이시구레는 모두 개인실로 되어 있어 눈치 안 보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여기저기 둘러 보니 이런 우물도 있다. 물론 가짜 우물이지만 귀신이 나올 것 같다.

 

 

화장실로 가는길..

 

 

남자 화장실 표식..센스있다.

 

 

방들은 미로처럼 얽혀 있고 분위기도 제각기 달라 올 때마다 새로운 발견이 있을 것 같다.

 

 

쿄마치 코이시구레는 술집에 불과하지만 이곳에 모아둔 모든 소품은 인테리어를 위해 만든 것이 아닌 실제로 예전에 누가 사용했거나 골동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더 리얼하고 굉장했던 것 같다. 가게안에는 신사도 있고 화려한 기모노를 전시해 둔 곳도 있었다. 도쿄여행을 와서 낮에 현대적인 도쿄만을 느꼈다면 밤에는 이런곳에서 술을 한잔 기울여도 좋을것 같다. 

 

 

Posted by 장화신은 삐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