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살면 가장 먼저 포기해야하는 게 한국음식이다. 일본은 그나마 한국과 가까워 비슷한 요리도 많아 커다란 불편 없이 지금껏 살아오고 있지만 그래도 가끔은 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한국밥이 너무나 그립다. 주변에 있는 친구들을 보면 남편이 한국사람이면 한국마켓에서 조금 비싸게 재료를 구입해 모든 음식을 한국식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처럼 남편이 일본사람인 경우는 역시 남편에 입맛에 맞추어 식단을 짜다보니 제대로 된 한국요리는 좀처럼 먹지 못하게 된다(그리고 내가 요리를 잘 못하는 것도 원인이 크다). 그나마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김치찌개가 아닌가 싶다. 일본사람들은 겨울철이 되면 나베요리(전골요리)를 잘 먹는다. 이 나베요리는 국물이 따로 팔고 있어 정말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 그 중에 단연 인기는 김치찌개(일본말로 키무치 치개) 이다. 오늘은 내가 대리만족으로 먹는 일본에서 파는 한국음식 김치찌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식당은 록퐁기 힐즈에 있는 MOTHER’S라고 하는 식당이다. 고급요리의 대명사인 복어요리와 자라요리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수 있다는게 이 가게의 자랑이다. 엄마의 밥맛같은 음식이 나온다고  MOTHER’S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하니 조금 기대가...

 

 

실내는 도쿄에 있는 식당답지 않게 아주 공간을 사치스럽게(넓게) 사용했다. 인테리어도 호화로워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하다.

 

 

뭐가 붙어 있나 하고 자세히 보니 대부분 조리도구이다. 

 

 

벽에도 예쁜 인테리어가... 자세히 보니 일본 전역의 지명을 붙여 놓은 것들이었다. 

 

 

우린 가족으로 와서 이런 자리를..

 

 

샹들리에도 역시 통일성 있게...

 

 

메뉴를 가져다주지만 난 이미 정해놓은 메뉴가...물론 김치찌개이다. 일본에서 먹는 김치찌개는 후회스러운 맛이 많지만 이곳은 激辛(아주 매움)이라는 맘에 드는 문구가 붙어 있어 망설이 없이 선택..남편은 돈가쓰를 주문했다.

 

  

드링크 바가 있어 추가요금 없이 자유롭게 음료를 마실 수 있다. 

 

  

남편이 주문한 돈가쓰가 도착! 음 평범 그 자체다..맛을 보니 맛도 평범했다..

 

 

내가 주문한 김치찌개.. 일본은 어딜 가도 일인식이 기준이다. 김치찌개의 크기는 우리가 먹는 뚝배기보다 조금 크다. 우리 같으면 많은 반찬이 일렬로 깔리겠지만..지금은 한 젓가락으로 없어지는 반찬 2가지도 감사하게 먹게 되었다.

 

   

언뜻 보면 우리 김치찌개와 다름이 없다. 

 

 

자세히 보면 굴과 이 가게의 자랑 복어가 들어가 있다. 일본 김치찌개가 우리나라 김치찌개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김치가 들어있지 않다는 점이다!!ㅠ_ㅠ

김치 대신 배추가 들어 있어 조금 매우 스프로 어떻게 김치찌개처럼 만든 것이 바로 일본식 김치찌개이다. 이곳의 김치찌개는 배추와 펄펄 살아있는 정구지(서울말로는 부추), 콩나물이 가득하다. 운이 없으면 계란을 넣은 김치찌개를 먹어야 하기도 하지만 이곳은 다행히 계란은 없다. 한 숟갈 떠먹으니 「바로 이 맛이야..!!」가 아니다..ㅜ_ㅜ

 적당히 달고 적당히 짜고 적당히 맵지만 그무언가가 빠져있는...김치찌개는 신김치가 생명이건만 김치가 눈을 씻고 봐도 없으니...그래도 14년을 살면 이런 맛도 감사하고 먹게 된다. 뭘 불평하겠느냐..고추가루가 들어가 있는것 만으로 감사해야지..

근데 왜 일본사람은 이 맛없는 김치찌개를 가장 좋아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가 너무 맛있는 김치찌개에 익숙해 져서 이 김치찌개를 맛없게 느끼는 걸까? 우리도 일본의 오뎅과 텐푸라를 먹을 때 간장에 찍어 먹는 독특한 요리법으로 발전해 왔듯이 일본도 어딘가 어설픈 요리법으로 발전해온 것 같다..근데 이게 엄마맛이라니..

 

  

오늘 소개한 MOTHER’S의 김치찌개는 특별히 맛이 없는 게 아니다. 아니 어쩜 조금 맛있는 김치찌개에 속할 수도 있다(그래도 조금 매웠으니..).  단지 아주 평범한 일본식 김치찌개를 맛볼 수 있어서 소개해 봤다. 혹시 일본에 와서까지 김치찌개를 먹으려는 여행자는 그다지 없겠지만 한국의 김치찌개와는 차원이 다르니 요주의!!ㅎㅎ;; 이런 곳에서 김치찌개를 먹고나면 엄마가 끓여준 보글보글 김치찌개가 더 먹고 싶어진다..

 

 

Posted by 장화신은 삐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