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포지엄 통역'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10.03 파란만장했던 심포지엄 일본어 통역 14
  2. 2012.08.23 통역은 남는 장사가 아니다.. 8

 

아침 일찍 에이전트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일 통역이 있는 데 대처해 줄 수 있냐는 얘기였다. 전날 갑작스러운 통역은 흔한 얘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혀 없는 얘기도 아니다. 난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하면서 2가지 정해놓은 목표가 있다. 첫번째는 내가 할 수 있는 통역은 무엇이라도 한다. 둘번째는 한번 하겠다고 한 통역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도중에 그만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통역을 하기로 한 전날은 어디 몸이 아프지 않을까 걱정을 해 꿈까지 꾼다. 프리랜서는 말이 좋지 챙겨주고 보호해주는 방패 같은 존재가 없다. 그야말로 내 몸뚱이 하나로 승부를 거는 세계라 결과도 시비어하다. 그래서 가장 기본이 되는 신뢰와 안심은 고객에게 안겨줘야 한다는 것이 내 전적인 생각이다.

「네..가능합니다..근데 무슨 통역인가요?」「회의통역이요..근데 전공과목은 △△입니다..」「??...지금 회의 통역이라 하시지 않으셨나요?△△전공이라니요?」「그게 심포지엄 통역이거든요..」「뭐라고요?네? 내일? 심포지엄?」놀라움과 함께 도망칠 궁리를 머릿속에는 생각하고 있는데 그 생각은 이미 들켜 버렸는지 우선 자료를 보내겠다고 한다.

그런데 메일로 온 자료가..오 마이 갓!! 너무너무 어려운 100% 오리지널 전공 얘기인 거다. 제목만 2줄짜리로 무슨 소린지 전혀 알 수가 없는 세계였다. 그것도 대학생, 대학원생들이 참여하는 학회가 아니고 저명한 국제 심포지엄이다.. 정식으로 의뢰를 받기전에 다시 전화했다..「좀 힘들 것 같아요..제가 잘 못해내면 많은 분들에게 피해를 끼칠거예요..」라고 얘기해도 좀처럼 에이전트는 단념하지 않는다. 한참을 얘기한 끝에 결국 하기로 했다.

우리 집에는 3살 된 꼬맹이가 있다. 내일 심포지엄을 그나마 성공하게 하려면 오늘 난 밤을 새워 공부해야 하지만 3살짜리는 그런 날 가만히 놔두질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동네 아줌마 집에 가서 아이를 맡기고 (일본에서는 흔히 있지 않은 일이다) 혼자 공원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내가 담당할 통역은 일본교수 3명의 발표 시의 통역과 모든 발표의 질의 응답 시의 통역이었다. 발표자료를 보니 읽으면 읽을수록 뭔소린줄 모르겠다. 그리고 제목도 모르는 발표의 질의 응답을 통역해야 한다.. 물론 편하게 잠은 못 잤다.

 

 

다음날 심포지엄을 하는 모 국립대학에 도착.. 근데 갑자기 한국교수님 한 분이 자신의 발표도 통역해 달라는 거다.「뭔 소리여..그게 말이나 돼!!」 라고 얘기 하고 싶었지만 「힘들겠지만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나..내자신이 싫어지는 순간이었다. 대신 오늘 발표의 자료는 아직 본 적이 없으니 시작할 때 청중에게 이런 사정을 얘기해 달라고 했다. 담당자는 문제없다고 하며 환하게 웃는다..이런...△■※★..

발표가 시작되고 중간에 말도 안되게 어려운 학설 부분은 영어로 한다는 조건으로 통역을 시작했다. 발표자료를 받은 통역은 그런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그리고 문제의 한국교수님 발표가 되었다. 그런데 교수님의 말씀이 너무 알기 쉽고 자세히 말씀해 주셔서 전혀 모르는 내용을 통역하는데도 어려움은 없었다.휴.. 그리고 한국어를 일본어로 바꾸는 쪽에 자신이 있는 것도 하나의 자신감으로 작용했다.

오전 통역이 끝나고 일본 담당자들이 와서 「역시 프로는 다르네요..」「멋져요..내용이 쏙쏙 머리에 들어왔어요..」하며 치켜 세워주어 준다. 그런말을 들으니 오후에 시작될 통역이 더 부담스러워졌다. 그러던 중 일본 담당자가 「오늘 삐삐 님이 오시지 않으셨으면 전 시말서를 써야 했습니다..감사합니다..」라고 고백을 한다ㅠㅠ 원래 통역담당자는 내용이 너무 어려워 포기하겠다는 얘길 심포지엄 전날 해 온 것 같다..이런...또 한번 △■※★..

마지막까지 생각보다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힘들었지만,무사히 심포지엄은 막을 내렸다. 집으로 가기 전에 사정을 아는 정말 많은 관계자로 부터 감사의 말을 들었다.
어제 밤늦게까지 힘들게 공부했던 것, 스트레스로 쓰러질 것 같았던 순간들이 사람들 말 한마디 한마디에 녹아 사라지고 있었다. 이런 날 힘들지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역시 누군가를 위해 도움이 되었다는 실감이야말로  커다란 행복이 아닐까?


 일본어 현지 통역 연락처 +81-90-4170-9827    ppippi51@daum.net



Posted by 장화신은 삐삐

 

블로그에 통역이라는 폴더를 만들어 놓고 통역에 관해서 한 번도 포스팅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헐...한여름에는 통역 일이 원래 없는지라 오늘은 최근에 한 통역 중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심포지엄 통역에 관해서 남기기로 한다.

 이날의 심포지엄은 도쿄대학에서 개최되었다. 내용은 한일 수(물)환경에 관한 것이였다. 환경공학 관련의 학자 및 실무담당자가 참석해 한국과 일본의 수환경에 관한 논문발표와 국가정책발표가 주 내용이였다. 심포지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계속되었는데 하는 나는 전반부를 담당했다.

 

 

  통역은 일반적으로 시급으로 급여를 받는다. 시급으로 생각하면 급여가 좋은 편으로 생각되기 쉽다. 하지만 속 내용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난 이날 심포지엄을 위해서 거의 2주간 환경공학 학생처럼 환경공학에 대해 공부를 해야 했다. 심포지엄 발표를 위한 자료는 운이 좋아야 일주일 전에 받을 수가 있다. 자료도 거의 발표목록에 지나지 않아 세부내용은 당일이 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그 때문에 환경공학, 수환경에 관한 기본지식을 철저하게 공부해 가지 않으면 당일 크게 낭패를 보는 수가 있다. 일본에 13년을 넘게 살았지만, 전문용어는 별개의 차원이다. 그야말로 수험생처럼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당일 많은 사람 앞에서 통역을 하는 것도 피가 마르는 일이다(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매번 숨 막히는 긴장과 통역 전의 노력을 생각하면 역시 통역은 남는 장사가 아니라고 생각이 든다.

 

 

그래도 통역을 하는 이유는 역시 통역은 매력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먼저 많은 사람..그것도 보통 흔히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사람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더욱 좋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역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이날은 통역을 마치고 쉬는시간에 「학회에서 오늘처럼 한국말로 통역을 해주니 정말 알기 쉬웠어요」라고 말을 건네주시는 분이 계셨다. 빈말이라도 이렇게 고마운 이야기를 들으면 내가 누군가를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더욱 힘이난다.

사전의 준비는 힘들지만, 사실 그로 인해 얻은 것은 더 많을 수 있다.그리고 통역을 끝나고 맛보는 해방감(?)도 역시 매력 중에 하나다.

통역을 마치고 회장을 나서면서 한국의 수환경의 발전을 기원하며 찍은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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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화신은 삐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