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블로그 이름을 도쿄×통역 이라고 한 이유는 내가 사는 도쿄와 내가 일하는 통역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서 였다. 그리고 이 타이틀에는 경상도 사투리와 사연이 깊다. 


우선 내가 일본에서도 도쿄에 살게 된 이유는... 내가 지독한 사투리를 쓰는 경상도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서울은 딱 2번밖에 가 본 적이 없지만, 서울말에 관한 동경은 남달라 적어도 일본어 만큼은 사투리가 아닌 서울말에 해당되는 도쿄말을 쓰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지금 유행하는 응답하라 1994를 보면 쓰레기가 아무리 멋진 말로 사람들을 녹여도 역시 난 달달한 서울말을 쓰는 칠봉이가 훨씬 끌린다. (칠봉이가 김재준이 아닐까? 하며 콤마 단위로 화면을 돌려 유니폼의 이름을 보려고 한 적도 있다.그래서 쓰레기가 김재준이란 루머와 요즘 돌아가는 스토리가 영 맘에 들지 않는다..ㅠㅠ )  


그리고 통역을 하게 된 것도 이 경상도 사투리가 큰 몫을 했다. 

일본에서 대학원을 다닐 때 친한 교수님으로부터 임시직이긴 하지만 한국어 교사를 해 보지않겠느냐는 권유를 받았다. 풋풋한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일이라 흔쾌히 승낙하고 약 반 년간 한국어를 가르친 적이 있다. 하지만 어느 날 학생들이 교과서를 모두 경상도 사투리로 읽고 있는 것을 발견!!..ㅠㅠ 학생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교사직에 관한 꿈은 접었다. ㅠㅠ 


그런 연유로 비교적 사투리도 통용(?) 되는 통역에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지금은 주변에 경상도 사람이 없어 예전만큼 억센 경상도 사투리를 쓸 기회는 없지만..그래도 통역을 하다가도 급하면 사투리가 그냥 나와 손님들을 당황 시키기도 한다..ㅎㅎ;;)


블로그를 시작할 땐 도쿄에 관한 글만큼 통역에 관한 글도 많이 쓸려고 계획을 했었는데 글솜씨가 없다 보니 정작 통역에 관한글은 뒷전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오늘은 무리를 해서(?)라도 통역에 관한 글을 쓰려고 한다.


통역사의 일은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오늘 이야길 할 부분은 통역사들의 소지품에 관해서이다. 항상 커다란 가방을 들고 다니는 통역사들..사실 내용물을 보면 별것 아니지만 통역사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가방의 소지품은 상황마다 조금씩 바뀌기는 하는데 (누누이 이야기 하지만 일본에서 한국어를 통역하는 통역사는 일의 건수가 많지 않아 레벨과 경험에 상관없이 전시장통역부터 국제회의 통역까지 함께 뛰는 경우가 많다.) 오늘 소개할 소지품은 어제 내가 일하러 간 비지니스 통역 때의 것들이다. 


보통 고객에게 사전에 자료를 메일 첨부해서 받는 경우가 많아 많은 양의 서류를 가져가야 하므로 가방은 가볍고 튼튼한 것이 좋다. 사진의 가방은 브랜드 가방은 아니다. 늘 정장을 입고 다녀야 해서 그에 어울리는 가방을 찾는 게 중요한데... A4의 서류를 대량으로 넣어 다니면서 비지니스 가방으로 보여야 하고 그렇다고 너무 촌스럽지 않은 가방 (비지니스 통역의 경우 내 얼굴이 고객회사의 얼굴이기도 해 외모와 옷차림에는 신경을 쓰는 편이다) 이라 생각해서 구입한 것이다.





이건 내 아이패드..전자사전대신으로 들고 다니는데 쉬는 시간에 신경이 쓰이는 단어를 찾기 위해서이다. 실제로 사전으로 단어를 찾아본 적은 없다. 사실 그럴 여유도 없고 사전에서 단어를 찾는 통역을 누가 돈 주고 고용을 하겠느냐... 다만 나도 전문적인 이야기가 되면 알지 못하는 말도 있어 그럴땐 인터넷 검색을 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이건 내 핸드폰. 스마트폰이 일반화된 한국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폴더폰..3년전에 구입을 했는데 좀처럼 고장이 나지 않아 앞으로도 1년은 더 쓸 것 같다. 옆에 있는 건 핸드폰에 끼우는 이어폰..핸드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 사용한다. 통역에게서 귀는 생명이기에 평소에는 음악을 잘 듣지 않지만 가끔 일을 하기 전에 음악을 듣는 경우가 있다. 웬만하면 긴장을 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그래도 큰 무대에 서야 할땐 나도 떨린다. 그럴땐 최대한 강렬한 음악을 들으면서 회장으로 향한다.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서이다. 난 할 수 있다. 난 이 자리를 빛낼 수 있다....





이건 명함첩. 개인적으로 일할 때는 개인 명함을, 통역 에이전트를 통해서 일할 때는 통역회사의 명함을 사용한다. 고객의 특징을 잘 기억하기 위해 금방 메모할 수 있게끔 필기구가 꼽혀있다. 





여러 종류의 수첩을 사용해 봤지만 결국 이 수첩이 가장 맘에 들었다. 가방이 무거워 가능한 한 가벼운 걸 선택 하다보니 이렇게 얇은 수첩이 되었다. 수첩에 적힌 내용은 고객에 관한 정보.. 






내 통역 메모장. 한국의 통역대학원에선 메모하는 방법도 배우는 수업이 있다는데...난 정식적으로 배운 건 아니고 경험으로 조금씩 내 방식으로 터득해 메모를 한다. 우선 메모 방법은 통역은 속기사가 아니니 모든 대화를 메모할 필요는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의 흐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어떻게 조리 있게 전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메모에 집중해서 대화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메모는 안 하는 편이 좋다. 메모에 있어서 빠져서는 안 되는 부분은 대화의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그리고 숫자, 키포인트가 되는 단어...그정도면 충분하다. 





잡다한 문방구들..하지만 없으면 곤란한 것들.. 볼펜이 특히 중요한데 난 주로 전시장통역에서 얻은 공짜 볼펜을 이용한다. 적당히 굵고 쓱쓱 잘 써지는 것들이 최고다. 만약을 대비해 몇 개는 항상 상비하고 있다. 





말을 많이 해야 하는 통역에게 빠질 수 없는 것이 이 물..보통 일을 하러가면 차나 커피는 자주 접대를 받지만 미지근한 물이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중간중간에 마셔두지 않으면 나중에 기침이 멎지 않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ㅎㅎ;;





마지막 사진은 통역하는 내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신 올리브나무님을 위한 한 컷.. 남에게 보여 줄만한 인물이 아니기에 최대한 얼굴은 가려진 것으로 했다. (고객의 비밀을 철저히 지켜야 해야 하는 통역은 비밀을 엄수하겠다는 계약서를 쓰고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공개할 수 있는 사진이 많지 않은데 이 사진은 모 신문에 나온거니 살짝 공개를..ㅎㅎ;;) 베이지색 정장을 입은 여자가 나다. 멀리 찍힌 모습이지만 블로그에는 처음 공개하는 것 같다. 


사진이 언제나 메인이 되는 내 블로그..오늘은 간만에 긴 글을 써 봤다. 적지만 통역의 글을 보시는 블친님들을 위해서이다. 통역을 처음 경험하시고 실패에 고민하시는 분, 통역의 일을 하고 싶지만 방법을 모른다는 분, 일본 유학을 생각하시는 분, 통역에 대한 경험을 나누고 싶다는 분...모두 소중한 블친님이시다. 가끔은 내 모자란 글이 그들에게 조금의 힘이 되길 바라며..


일본어 현지 통역 연락처 +81-90-4170-9827    ppippi51@daum.net



Posted by 장화신은 삐삐

 

 

백만 년만에 통역에 관한 글을 쓴다. 실은 요새 메일로 통역을 지망하는 후배들의 사연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 그 분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글을 써 보려고 한다.

 

한국에선 통역가라고 하면 흔히 통역대학원 출신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들었다. 일본에서 통역은 통역대학원도 흔치 않고 그런 출신의 사람도 매우 드물다. 고등학교를 졸업해서 혼자서 독학으로 통역가가 된 사람도 있고 아르바이트로 전시장에서 잡일을 돕다가 그 길로 통역의 길에 들어온 사람도 많다. 그러니 한국의 통역가가 하는 얘기와는 조금 상황이 다를 수도 있다. 그 점을 양해를 바라며 수다를 떨어보고자 한다.

 

내가 통역을 제일 처음 시작한 것은 일본의 대학교 2학년 때이다. 지인을 통해 간단한 통역이라는 얘기만 듣고 아무런 생각 없이 받아들였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통역 할 자리에 나가보니 방송국의 수상자를 통역하는 자리로 눈앞에서 몇 대의 카메라가 돌아가고 전문 평론가의 질문이 있는 아주 긴장되는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통역의 의뢰를 받은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박치고 나올 분위기가 아니었기에 긴장으로 목소리를 떨어가며 통역을 했었다. 그때의 긴장과 실수를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처음 한동안은 일이 끝날 때마다 순간순간의 실수를 되새기면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생각만 간절했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을 해 보지 않은 통역가는 없으리라고 본다. 조금의 실수에 좌절하고 힘들어하는 후배들이 있다면 이런건 누구나 거처 가는 과정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뻔뻔? 스러워져 익숙해 지고 이런 순간도 줄어든다고도 얘기 하고 싶다.

 

 

 

 

통역은 정말 긴장의 연속이다. 커다란 학술대회나 국제회의를 하는 경우는 정말 수명이 줄어드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전 신경을 집중해서 말을 듣고 말을 해서 스트레스로 토할 것 같을 때가 더러 있다. 그래서 체력적으로도 많이 부담이 되어 나 같은 경우는 연속적으로 통역을 맡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끝나면 말 할 수 없이 안도감과 만족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것이 더할 나위 없이 중독성있고 멋진 과정이다.

 

 

통역은 늘 그림자다. 한국 에이전트 중 날 삐삐 선생님이라는 부르는 분이 있다. 선생님이라니...말도 안 되는 얘기이다. 통역은 누굴 가르치는 입장도 아니고 더욱 그런 호칭을 받는 존재가 되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통역에서 주인공은 언제나 고객...자신은 고객을 빛내주는, 대변하는 존재에 불구 하다. 통역을 하는 장소은 자신의 외국어 실력을 뽐내는 곳도 아니고 자신의 지식을 피로하는 곳도 아니다. 고객의 말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고객을 대신해서 성실하게 답변하는 장소이다.

 

 

통역은 45살이 최적령기다...라고 흔히 일본에선 이야기한다. 한국에선 예쁘고 젊은 통역가를 선호한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일본에선 30살이 되지 않는 통역은 그다지 환영을 받지 못한다. 나이=경력이라는 수식이 성립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조금 늦은 나이에 어학공부를 시작해서 고민스럽다는 질문을 더러 받는데 난 나이는 어디까지나 숫자에 불구 하다고 본다. 물론 동시통역 같은 경우 일종의 고도의 기술이기 때문에 나이가 어릴수록 유리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통역은 기술보다는 얼 만큼 열성을 가지고 준비를 하고 노력을 해 왔는가가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통역은 사교성이 있어야 한다. 사교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더라도 역시 사람과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통역에 맞는다고 본다. 내가 생각하는 통역에서 가장 어려운 때는 웃긴 이야기를 전달할 때가 아닌가 싶다. 나라가 다르면 문화도 달라 웃음도 다른 법. 그리고 사람마다 웃음의 코드가 달라 전문 개그맨이 아닌 이상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을 웃게 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위트와 유머감각이 필요한 때이기도 한데 이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제대로 웃음을 끌어내지 못하면 말한 사람만 부끄러워 지는 거다. 역시 이 부분은 사교성이 좋은 사람에게 맞는 부분인 것 같다. 소극적이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타입의 사람들은 비지니스 통역보다는 학술 통역이나 번역 쪽으로 계획을 세워보는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통역은 매력적인 직업이란 것을 얘기하고 싶다. 통역을 하게 되면 국제관계가 정말 피부로 실감 나게 느껴진다. 내가 전해준 한마디가 중요한 정보가 되고 기술이 되고 조약이 된다. 나를 기계에 비교하면 작은 부품에 지나치지 않지만 내 임무를 충실히 하면 분명히 큰 성과로 이어지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일본말에 카케하시(掛け橋)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로 하면 가교쯤 되는 말인데 사람과 사람, 나라와 나라를 연결해 주는 다리라는 뜻이다. 말이 통하지 않아 생기는 오해, 습관이 달라 생기는 오해..이 모든 것을 가운데서 풀어줄 수 있는 존재이기에 조역이지만 언제나 중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남을 위해 노력하고 그 결과가 눈에 보이고 그리고 보수도 받을 수 있는..역시 매력적인 직업이다.  난 성인이 되어 여행사에서 일을 해 봤고 오랫동안 학생을 해 봤고, 교사도, 번역도 해 봤다. 짧은 인생이지만 나름대로 여러 경험을 해 왔다고 본다. 이런 여러가지 일을 해 보면서 나는 통역이 가장 즐겁고 신나는 일인것 같다. 그래서 통역을 꿈꾼다는 후배들을 적극 응원하고 싶고 노력하라고 격려도 보내고 싶다. 마지막까지 두서없이 서툰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하며..누군가에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글이길 바라며...

   

일본어 현지 통역 연락처 +81-90-4170-9827    ppippi51@daum.net




Posted by 장화신은 삐삐

 

3개월 전 이 블로그에 「현지통역 연락처」라고 내 개인적인 메일을 게재하니 통역에 관한 문의보다 인생상담이 늘었다. 물론 난 누군가의 인생에 조언을 줄 만큼 지혜로운 사람도 아니고 많은 것을 경험한 사람도 아니다. 그런 내게 오직 외국생활 14년의 통역이라는 이유만으로 질문하시는 분이 많다. 그리고 그런 분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외국어 습득이다. 오늘은 그런 분들을 위해서 아주 작은 참고가 되겠이지만, 외국생활 14년 동안 해온 내 개인적이 경험을 얘기하고자 한다.

 

내가 지금부터 얘기할 언어는 어디까지나 일본어가 바탕이 되는 내용으로 어쩜 영어나 그 외 외국어와는 상황이 많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 주길 바란다.

 

 

 

외국생활이 오래될 수록 외국어 능력은 높아진다?! 

 

학교 다닐때 내가 아르바이트를 한 곳은 한국손님과 일본손님이 절반 정도 비율로 오는 가게로 일본어와 한국어가 필수인 가게였다. 그래서 아르바이트생 대부분이 한국사람이었다.

 

어느 날 아르바이트를 하는 남자애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는데 일본인 직원이 A군을 보고 일본어를 너무 잘한다고 칭찬을 했었다. A군은 중학교 때 부모님과 함께 일본에 와 10년 이상을 일본에서 생활했었다. 그 얘길 들은 B군이 「얘는 일본 온 지 10년이 넘었어요..병신아닌 이상 이 정도는 해야죠..」라고 해 그 자리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럼 정말 10년이 넘으면 병신이 아닌 이상 일본어를 잘하게 되는 걸까? 

 

절반은 맞는 얘기지만 절반은 꼭 그렇지도 않다. 역시 외국에 살다 보면 좋든 싫든 외국어에 노출되는 생활을 하게 된다. 열심히 공부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들리기도 하고 그다지 어려움 없이 대화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외국어에 불구 하다. 자기의 생각을 오해 없어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냥 살기만 하면 해결이 안 된다. 우리말도 미묘한 차이로 엄청나게 다른 의미가 되기도 하는 것처럼 외국어도 마찬가지다. 외국어가 서투를 땐 그게 용서가 되지만 어느 정도 외국어가 가능하게 되면 그 부분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모국어 화자는 외국인과 오랫동안 얘길 하다 보면 그 외국인이 외국어로 얘기한다는 생각을 점점 잊게 된다고 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사람만이 하는 말은 외국어가 아닌 그사람만의 개성, 특성으로 여기게 된다는 말이다 .. 그래서 「저 사람은 건방져..」라든지 「생각보다 경솔한 사람이네..」「역시 좀 무식한 것 같아」라는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외국어는 조기교육이 중요하다?!

 

한국에선 지금 조기 영어교육이 붐이라고 들었다. 내가 하는 일본어를 조기교육으로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언어라는 커다란 구분으로 생각하면 어느 정도 공통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해 좀 언급하고자 한다. 

 

내가 언젠가 읽은 서적 중에서 언어의 임계기(臨界期)는 7살이라는 내용을 담은 책이 있었다. 임계기란 쉽게 말하자면 Native speaker와 똑같은 발음과 억양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경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절대음감, 운동능력의 임계기는 또 다르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완벽한 Native speaker가 되기 위해서는 7살이 넘어 언어를 배우게 되면 어렵다는 얘기다.

 

내 주변에 7살전에 일본에 온 친구는 없지만, 초등학교 저학년때에 일본에 온 친구는 몇 명이 있다. 내가 듣기엔 완벽한 일본어를 구사하는 것 같았지만 일본사람에게 물어보니 아주 아주 세밀하게 들으면 역시 모국어 화자는 아니라는 얘길 듣고 충격에 빠진 적이 있다. 

 

그리고 학문적으로 통계는 본 적이 없지만 수많은 한국사람과 일을 하며 느낀 것은 갓 20살이 넘어서 일본에 오는 사람과 20대 중반에 오는 사람의 언어능력도 차가 난다는 점이다. 확실히 한살이라도 젊을 때 외국에 온 사람이 흡수도 빠르고 발음도 매끄럽다. (물론 타고난 언어감각으로 늦은 나이에 와도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많다.)

 

 

 

그럼 언어를 공부하려면 역시 어린 나이가 아니면 안 되는가?!

 

 많은 사람이 바이링걸(Bilingual)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완벽하게 두 가지의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이다.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있어 동경에 대상이자 목표이기도 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바이링걸의 아이들이 지적 발달이 늦어진다는 얘기도 있다. 인간은 언어를 사용해 사물을 생각한다. 하지만 그 언어의 영역이 2가지로 넓어져 버리면 언어의 발달도 늦어질 수 있다. 특히 어려운 문제를 생각하려고 할 때가 되면 어느쪽 언어 발달도 미숙해 혼란에 빠진다는 얘기가 있는데 난 그 의견을 믿는 편이다. 실제로 주변의 많은 친구가 집에서 일본말과 한국말을 함께 사용하니 아이들의 말이 늦어진다는 얘길 심심치 않게 듣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미링걸(Semilingual)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두 가지 언어를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렇다! 모국어가 없다는 얘기다. 근데 이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어릴 때 모국어의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양의 외국어를 흡수해야 할 때 이도 저도 안 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아주 극단적인 예 이기는 하지만 바이링걸의 교육이 장점만이 있는 것이 아님을 한 번쯤은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주변에 한국말을 잘하는 사람은(언어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말을 조리 있게 하는 사람은) 일본어 발음이 조금 어설퍼도 역시 지적이고 하는 말도 설득력이 있다. 그래서 난 외국어를 공부하기 전에 국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완벽한 발음과 억양만이 외국어의 모든 걸 나타낸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 외국에 오면 모국어는 그대로 남는다?!

 

요새 통역을 하면서 일본사람들에게 「삐삐상은 재일교포이지요?」 라는 얘길 자주 듣는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한국 사람들에게도「삐삐씨는 재일교포이지요?」라는 얘기도 자주 듣는다. 한국어가 서툴다는 얘기인지 억양이 점점 일본어 풍으로 되어간다는 얘긴지 모르겠지만 이런 땐 역시 좌절하게 된다. 

 

난 5개월 전 이 블로그를 시작할 때 크게 충격에 빠져 있었다. 그 이유는 한국어로 쓰인 장문의 글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말(신조어)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었다. 

엄친남? ...엄청 친한 남자친구인가? 안 친한 남자친구도 있나? .....멘붕?...맨날 붕붕 뛰어? 근데 왜 우울한 글이지?-_-;;

가끔 오타로 달린 댓글도 정말 심각하게 고민을 했었다. 이야기가 옆으로 샌 것 같지만 하고자 하는 말은 언어라는 것은 살아있어 생성되기도 변화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일본어로 얘기하는 게 편해요? 한국어로 얘기하는게 편해요?

 답은 하나다. 일본어를 잘하는 한국사람과 얘기하는 게 가장 편하다. 한국어가 모국어지만 정말 그 뜻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단어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금방 머릿속에 떠오르질 않는다. 실제로 한국어 단어를 일본어 번역기를 돌려 찾아야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성인이 되어 외국어를 시작해도 모국어를 지속해서 사용하지 않으면 모국어의 언어능력은 단연히 떨어진다. 물론 아주 어릴 때 온 사람들 보다는 낫겠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역시 모국어에 대한 자신감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외국생활 14년! 난 Native speaker가 되었나?!

 

오늘 포스팅의 타이틀을 보고 「말도 안 돼..고작 14년으로 Native가 될 리가 없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셨을 거고 「14년쯤 살면 Native정도로 얘기할 수 있지 않나?」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셨을 것이다. 그런 분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내 일본어에 대해 얘길 하면서 마무리를 지어야 겠다.

나 같은 경우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처음엔 「일본어를 잘하시네요..」라는 얘길 들으면 칭찬으로 생각해 아주 기뻤다.

하지만 언젠가 전공 교수님이 정말 일본어를 잘하는 사람에겐 누구도 「일본어를 잘하시네요..라고 얘길 하질 않는다」라는 얘길 듣고 그 레벨이 나의 목표가 되었다.

처음에는 역시 발음과 억양에 신경을 많이 썼다. 좀 더 자연스러운 일본어를 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해 왔다. 그래서 복잡하고 긴 문장을 얘기해야 하는 학술대회의 통역을 마치고도 내가 한국사람인 줄 모르는 일본인도 있다. 하지만 동네 사람과 별 의미 없는 잡담을 얘기할 때 금방 외국인이라는 걸 들킬 때도 있다. 그야말로 상황에 따라서, 컨디션에 따라서 레벨이 다르다. Native speaker는 물론 상황과 컨디션에 따라 영향은 받지 않으니 아직 난 Native speaker는 아닌가 보다. 아니 영원히 안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외국어로 생활하면서 느낀 언어라는 것은 역시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내 것이 안된다는 점이다. 그것이 외국어이든 모국어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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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화신은 삐삐

요새 내가 한 통역을 전부 쓰자면 지금보다 더 많은 포스팅을 해야 하는데 「이번 통역은 너무 평범했으니까..」「지난번 쓴 포스팅이랑 별다름 없는 통역이니까..」라고 현실에서 도망치는 나 자신이 있다. 무얼 감추겠느냐.. 난 정말 글재주가 없다. 한심하게도 장문의 글을 써야 한다면 역시 마음이 무거워진다. 요즘은 정말 매일같이 새로운 창작을 하는 블로거들이 그저 대단하게 느껴져 질 뿐이다. 그래도 오늘은 왠지 통역에 관한 글을 쓸 수 일을 것 같아 용기를 내보려 한다. 

이번 포스팅의 통역은 조금 특별한 통역이었다. 통역의 의뢰는 지난번 전시장 통역 때 옆 부스에 있던 포장 기업으로부터였다. 내가 담당한 곳은 아니었지만 오지랖이 넓은 난 사흘동안 옆 부스의 아저씨들과도 친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내용도 기술학회의 발표자가 아닌 청중으로 참가하는데 통역을 해 달라는 것이다. 위스퍼링 (동시통역의 일종으로 참가자가 적은 인수일때 귓속말로 통역하는 수법) 인가?..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실제 학회에 참석해 보니 옆에서 속삭이며 통역을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ㅠㅠ. 일단 일을 맏았으니 어떻게든 도움을 될 방안을 생각하다가 이틀간 내가 들은 내용을 전부 리포트해서 전해 드리기로 했다.  결과 이틀간 일정이 끝나고 난 20장이 넘는 리포트를 제출해야 했다...

이번 학회는 일본 최신 포장기술에 관한 내용이었다. 제품의 포장, 용기, 기자재 등으로 나누어져 있어 우리가 참가한 부분은 식품포장에 관한 일본 신기술이었다. 최근 일본 포장기술은 친환경, 차별화, 고객 만족이 가장 큰 관건인듯하다. 오늘은 몇 가지 내용 중 인상 깊었던 포장용기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위 사진은 요새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신선하게 먹을 수 있는 간장용기이다. 일본요리는 정말 간장을 빼고는 성립이 안된다. 그래서 간장의 맛에 대해서도 꽤 진지하다. 간장은 원래 공기에 노출이 되면 산화가 된다고 한다. 산화가 된 간장은 색이 진하고 맛도 떨어진다. 이런점을 보안한 것이 이용기의 특징이다.

 

 

 이 용기의 간장이 나오는 입구 부분을 뜯어보면 이렇다. 공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사용하고 나면 자동으로 입구가 닫힌다. 그리고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 수지를 줄였다. 애초의 용기는 전체가 얇은 수지로만 되어 있어 힘이 없어 마지막까지 자립해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그것을 시행착오를 거처 지금의 종이를 이용한 용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 용기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신선한 간장을 맛볼 수 있으며 사용하고 나서는 아주 콤팩트하게 버릴 수 있다. 수지량도 경이적으로 줄였다고 한다. 그리고 단신과 가족인원이 적은 최근 가족 구성형태를 반영해 200ml의 용량이다. 한손으로 들고 요리를 할 수도 있고 나오는 양을 용기를 눌러 조절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치즈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먹는 슬라이스 치즈 같은 프로세스 치즈와 유럽을 여행하면 볼 수 있는 내추럴 치즈가 있다. 내추럴 치즈는 시간의 경과와 함께 깊은 맛을 볼 수 있지만 사용하기 불편하고(큰 덩어리로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도 비싸 일본시장에서도 침투하기 어려웠다. 이런 단점을 보안 한 것이 위 사진의 치즈이다.

 

 

 작은 조각으로 되어 있어 커트할 필요가 없고 사진과 같이 포장을 원터치로 뜯을 수 있기에 손에 묻지도 않는다. 완전밀봉이 되어 있어 뜯어낸 순간 신선한 치즈를 맛 볼수 있다. 가격이 비싼 점은 4개가 한 세트로 양을 줄여 해결했다.

 

 

마지막으로 일본에서 15년 이상 베스트셀러 상품인 튜브로 짜 먹는 버터이다. 아침에 빵을 주로 먹는 우리 집은 버터를 자주 사게 되어 특히 이 제품은 많이 사용해 봤다. 모서리가 날카로워 쇼핑비닐이 찢어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모서리를 둥글게 함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처음 씰을 뜯는 부분이 너무 작고 손잡이 부분이 세 군데나 있어 어딜 잡아야 할지 몰라 힘들었는데 씰의 크기를 크게 하고 손잡이 부분도 두 군데로 해 쉽게 뜯어지게 했다. 뚜껑도 기존에는 두 바퀴를 돌려야 했지만 새로 나온 용기는 한 바퀴만을 돌려도 된다고 한다. 그리고 유통기간의 인쇄가 지워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번에 새로 만든 제품은 선명하고 잘 지워지지 않는 인쇄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이 상품을 자주 사용하면서 아주 조금 불변 하다고 느꼈던 부분이 모두 지적되어 고쳐졌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발표자의 마지막 말이 인상깊었다. 15년이상 많이 팔렸기 때문에 변함없이 파는게 아니고 15년이상 팔린 제품일 수록 개선해 가야 앞으로도 고객이 만족하고 사준다.. .물건 만들기의 진위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일본어 현지 통역 연락처 +81-90-4170-9827    ppippi51@daum.net




Posted by 장화신은 삐삐

지금에 와서 새로운 시작이 통역이라면 조금 말이 안 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얼마 전에 난 새로운 시작의 통역을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기업에서 기술번역을 하다가 프리랜서 통역으로 전향했지만, 지금까지 대부분의 일은 통역업체에서 받고 있었다.

그러던 중 처음으로 블로그를 통해 일을 얻었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3개월, 통역 연락처를 게제하고 1주일 후의 일이었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한 것은 내가 사는 이곳 도쿄를 즐겁게 여행할 수 있는 정보를 싣고, 그리고 나의 글을 보고, 나를 보고 통역을 부탁하는 사람이 생길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일을 의뢰받으니 가슴이 벅찼다. 전화를 받고 엉겁결에 최대한 저가로 해드리겠습니다..하고 말하니 의뢰를 하신 고객님은 웃으면서 아뇨..정당한 금액을 제시해주세요..하신다.

 

 

통역의 내용은 간단한 비지니스 회의를 통역하는 것이었지만 지금껏 해오던 통역과는 새삼 다르게 느껴졌다. 진정한 프리랜서로서 시작을 한듯해 더욱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통역을 마치고 저녁을 사주고 싶다는 고객님...
함께 이런저런 얘길 하면서 오늘 정말 잘 하셨어요.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이야길 해주신다. 앞으로도 왠지 이 고객님과는 인연이 계속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난 인연이라는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만나려고 해도 만날 수 없는 사람, 필연에 의해 만나게 되는 사람.. 난 필연에 의해 만나게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 연은 소중히 이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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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화신은 삐삐

 

10월 들어서 거의 매일같이 전시장을 다니고 있다. 지난 주는 빅사이트, 이번 주는 마쿠하리 멧세, 다음 주는 빅 사이트...이런식으로 질릴정도로 전시장에서 통역을 하고 있다.

원래 일본에서 전시장 통역은 통역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급여도 학술통역이나 비지니스 통역과 비교하면 많이 낮다. 심한경우 학술통역 2시간 보다 전시장 통역8시간이 적은 경우도 있다.하지만 일본에서 한국어는 마이너 언어..찬밥 더운밥 가릴 수가 없다.

통역을 하면 늘 새로운 만남이 있다. 그게 매력이면서 부담이기도 한다. 내가 자주 하게 되는 학술통역이나 비지니스 통역은 단발로 몇 시간 단위의 일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인간관계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전시장 통역은 대부분 3일이상 일이 지속된다. 초면의 사람과의 관계가 정말 중요하게 된다.

전시장을 들어서면서 오늘 내가 만날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맘을 졸이게 된다. 만약 맘이 맞지 않는 고객과 만나면 3일 이상을 함께 지내야 함으로 역시 부담이 된다. 하지만 대부분은 좋은 인연이 되게 된다. 전시장 통역의 경우 고객이 한국 중년남성이기 때문이다.

전시장 통역 이외의 경우 내 고객은 보통 일본 기업 사람들이나, 일본 학교 관련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전시장 통역은 일본어를 잘 모르는 한국기업을 서포트 하는 일이라 자연스레 한국 사람들이 고객이 되는 경우가 많다.전시장에 오는 한국 기업의 사람들은 소위 한국에서 성공한 사람들로 더욱 크게 성공하게 위해 해외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회경험도 풍부하고 사람도 잘 다룰 줄 안다. 함께 있으면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있다.

 

 

그리고 꽤 친절하다. 특히 이번 통역에는 친절하고 자상한 분이 많았다. 싸이의 동영상을 나에게 보여준다며 (부끄러운 얘기지만 난 강남 스타일을 몰랐다..)장시간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바람에 요금이 엄청 나왔다는 분도 계셨다. 술을 사주신다는 분, 맛있는 저녁을 사주신다는 분..한국에서는 이런 풍경이 당연할 지 모르지만 일본에서는 이런 풍경과 만나긴 어렵다. 가끔 이런 고향 오빠같은 고객을 만나면 하루가 정말 즐겁다. 돈 받고 이렇게 즐겁게 보내도 될까 하는 느낌까지 든다.

하지만 이분들에게도 조금 힘든 점은 있다. 짧은 시간에 너무 친숙해 진 나머지 내가 마치 일본지사가 되는 점이다. 한국에 돌아가시고도 일본 거래처에 전화를 해 달라,  견적서를 만들어 달라, 번역을 해 달라...끝임없이 전화를 하신다. 이것도 사람과의 관계가 가까운 증거일 지도 모른다. 이럴땐 신뢰받고 가깝게 느끼셔서 그렇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어제도 거래처 몇군데 전화를 돌렸다.

외국에서 한국 사람을 만나는 것은 신선하기도 하고 어딘가 모르게 그립기도 하다. 새로운 한국소식, 한국 사람들의 얘기를 너무나 리얼하게 들을 수 있고,  내가 있었던 시절의 한국얘기, 고향얘기를 함께 웃고 공감 할 수 있어서 그런가 보다.

다음 통역도 전시장 통역...이번엔 또 어떤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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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화신은 삐삐

 

아침 일찍 에이전트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일 통역이 있는 데 대처해 줄 수 있냐는 얘기였다. 전날 갑작스러운 통역은 흔한 얘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혀 없는 얘기도 아니다. 난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하면서 2가지 정해놓은 목표가 있다. 첫번째는 내가 할 수 있는 통역은 무엇이라도 한다. 둘번째는 한번 하겠다고 한 통역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도중에 그만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통역을 하기로 한 전날은 어디 몸이 아프지 않을까 걱정을 해 꿈까지 꾼다. 프리랜서는 말이 좋지 챙겨주고 보호해주는 방패 같은 존재가 없다. 그야말로 내 몸뚱이 하나로 승부를 거는 세계라 결과도 시비어하다. 그래서 가장 기본이 되는 신뢰와 안심은 고객에게 안겨줘야 한다는 것이 내 전적인 생각이다.

「네..가능합니다..근데 무슨 통역인가요?」「회의통역이요..근데 전공과목은 △△입니다..」「??...지금 회의 통역이라 하시지 않으셨나요?△△전공이라니요?」「그게 심포지엄 통역이거든요..」「뭐라고요?네? 내일? 심포지엄?」놀라움과 함께 도망칠 궁리를 머릿속에는 생각하고 있는데 그 생각은 이미 들켜 버렸는지 우선 자료를 보내겠다고 한다.

그런데 메일로 온 자료가..오 마이 갓!! 너무너무 어려운 100% 오리지널 전공 얘기인 거다. 제목만 2줄짜리로 무슨 소린지 전혀 알 수가 없는 세계였다. 그것도 대학생, 대학원생들이 참여하는 학회가 아니고 저명한 국제 심포지엄이다.. 정식으로 의뢰를 받기전에 다시 전화했다..「좀 힘들 것 같아요..제가 잘 못해내면 많은 분들에게 피해를 끼칠거예요..」라고 얘기해도 좀처럼 에이전트는 단념하지 않는다. 한참을 얘기한 끝에 결국 하기로 했다.

우리 집에는 3살 된 꼬맹이가 있다. 내일 심포지엄을 그나마 성공하게 하려면 오늘 난 밤을 새워 공부해야 하지만 3살짜리는 그런 날 가만히 놔두질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동네 아줌마 집에 가서 아이를 맡기고 (일본에서는 흔히 있지 않은 일이다) 혼자 공원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내가 담당할 통역은 일본교수 3명의 발표 시의 통역과 모든 발표의 질의 응답 시의 통역이었다. 발표자료를 보니 읽으면 읽을수록 뭔소린줄 모르겠다. 그리고 제목도 모르는 발표의 질의 응답을 통역해야 한다.. 물론 편하게 잠은 못 잤다.

 

 

다음날 심포지엄을 하는 모 국립대학에 도착.. 근데 갑자기 한국교수님 한 분이 자신의 발표도 통역해 달라는 거다.「뭔 소리여..그게 말이나 돼!!」 라고 얘기 하고 싶었지만 「힘들겠지만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나..내자신이 싫어지는 순간이었다. 대신 오늘 발표의 자료는 아직 본 적이 없으니 시작할 때 청중에게 이런 사정을 얘기해 달라고 했다. 담당자는 문제없다고 하며 환하게 웃는다..이런...△■※★..

발표가 시작되고 중간에 말도 안되게 어려운 학설 부분은 영어로 한다는 조건으로 통역을 시작했다. 발표자료를 받은 통역은 그런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그리고 문제의 한국교수님 발표가 되었다. 그런데 교수님의 말씀이 너무 알기 쉽고 자세히 말씀해 주셔서 전혀 모르는 내용을 통역하는데도 어려움은 없었다.휴.. 그리고 한국어를 일본어로 바꾸는 쪽에 자신이 있는 것도 하나의 자신감으로 작용했다.

오전 통역이 끝나고 일본 담당자들이 와서 「역시 프로는 다르네요..」「멋져요..내용이 쏙쏙 머리에 들어왔어요..」하며 치켜 세워주어 준다. 그런말을 들으니 오후에 시작될 통역이 더 부담스러워졌다. 그러던 중 일본 담당자가 「오늘 삐삐 님이 오시지 않으셨으면 전 시말서를 써야 했습니다..감사합니다..」라고 고백을 한다ㅠㅠ 원래 통역담당자는 내용이 너무 어려워 포기하겠다는 얘길 심포지엄 전날 해 온 것 같다..이런...또 한번 △■※★..

마지막까지 생각보다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힘들었지만,무사히 심포지엄은 막을 내렸다. 집으로 가기 전에 사정을 아는 정말 많은 관계자로 부터 감사의 말을 들었다.
어제 밤늦게까지 힘들게 공부했던 것, 스트레스로 쓰러질 것 같았던 순간들이 사람들 말 한마디 한마디에 녹아 사라지고 있었다. 이런 날 힘들지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역시 누군가를 위해 도움이 되었다는 실감이야말로  커다란 행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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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화신은 삐삐

 

얼마 전 에이전트로부터 연락이 왔다..한국에 있는 대학의 수업을 일본에 있는 대학이 동시에 수강하는 원격수업의 통역을 할 수 있겠냐는 내용이었다.

비지니스 상의 원격회의는 경험이 있지만, 대학수업은 처음이였다.그리고 보수를 보니 생각보다 조금 많았다. 대체로 보수가 좋은 통역은 어려운 내용이 많다. 유명인사가 있다던가, 내용이 많이 어렵다던가..그래서 자료를 주지 않으면 힘들겠다는 식으로 답을 했다.
한동안 연락이 없어 잘 안됐나 했는데(통역은 일이 도중에 사라지는 일이 흔히 있다) 갑자기 연락이 왔다. 자료를 구했다는 거다. 내용을 보니 상상하고 달리 알기 쉬운 내용이었다. 어려운 분야라고 해도 기초강의라서 그런가 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보수가 조금 많았던 것은 통역할 장소가 도쿄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통역할 장소는 도쿄외곽에 있는 모 국립대학이었다. 강의실에 도착..텔레비전 원격수업이라 장비가 만만치 않았다..음향테스트를 30분 가까이했는데 좀처럼 나아지질 않는다. 어쩐다지..참다못해 한국의 교수님이 대충 알아듣겠으면 천천히 이야기를 할 테니 수업을 시작하자고 한다. 목소리는 울려 퍼져 무지하게 듣기 어려운 상태였다.
통역을 시작하면서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는 행위나 크게 소리가 나는 곳에는 되도록 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통역은 귀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 귀는 울려 퍼지는 목소리를 깨끗하게 잡지는 못한다. 등에 흐르는 식은땀.. 처음엔 어쩌나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신기하게 귀는 익숙해져 갔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가..이번 통역은 전문 컴퓨터 속기사에 의해 내가 한 통역이 동시자막으로 흘러 나갔다. 사람들에게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통역이 쉬워요? 번역이 쉬워요?... 번역도 경험은 있지만, 역시 두 가지다 어렵다고 생각한다.「통역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도달하고 나서는 증거가 안 남잖아요..도중에 좀 틀려도 용서되는 부분이 있지만 번역은 완벽히 남는 거라서 더 어려울 것 같아요..」라고 농담 반 진담 반의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 통역은 100% 증거가 남는다. 이런..조사를 하나라도 틀리면 속기사가 재빠르게 바꾸는게 눈에 보였다..내용은 어렵지 않은데 이런 부담이 상당히 컸다. .ㅠㅠ

 
프리랜서로 통역을 하다 보면 참 여러 사람, 여러 장면과 부딪치게 된다. 
그럴때 마다 조금씩 훈련이 되는 것 같다. 원래 일본에서 통역은 단계가 있어 처음에는 간단한 전시장 보조통역부터 시작해 최종적으로는 국제회의의 통역이 된다.하지만 일본에서 한국어는 마이너 언어이다. 그래서 늘 한가지 종목만을 할 수가 없다. 오늘은 국제회의를 통역하다가도 내일은 전시장 통역을 해야 한다. 매번 다른 체험을 해서 재미는 있지만 당황스러울 때도 많다.

아주 어려운 통역을 담당하게 되어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때 그 친구가 해준 말이 지금도 잊혀지질 않는다.일본어로 大変(아주 힘들다) 이란 말은 풀어서 보면 大(크게)変(바뀐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아주 힘들때 크게 바뀐다.. 지금 난 통역을 하면서 매번 크게 바뀌고 있는 느낌이 든다.. 

사진과 포스팅의 내용은 상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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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화신은 삐삐

 

더운 날씨에 정장은 정말 괴롭다..일본에도 요 몇 년사이 여름에는 쿨비즈하는 회사가 늘었지만 나 같은 통역은 언제나 정장을 입어야 한다. 이날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도교의 아스팔트 위를 걸었다. 이날의 통역은 다큐멘터리 통역이었다. 다큐멘터리 통역? 자막이 아니고? 통역의뢰를 받았을 때 좀 위화감을 느꼈지만 분명 자막번역은 아닐듯했다.

현장에 도착..모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회사이다. 안내받은 회의실에 들어가 보니 방송장비가 가득했다. 하지만 자막 번역을 할 분위기는 아니었다.

담당자가 통역 내용을 설명하기를 이번 프로그램은 어느 한국사람이 고된 시련 끝에 피나는 노력으로 일본에서 성공한다는 다큐멘터리 드라마라고 했다. 드라마가 메인이기는 하지만 그 사람의 생전에 친했던 지인,가족 등의 인터뷰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초반부에 있다고 한다. 그 다큐멘터리를 작성하는데 한국에서 취재해온 인터뷰를 통역해 달라는 것이었다..아하..그렇구나..보통 자막번역은 시간제한과 글자제한이 있어 말내용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통역은 가능한 한 그대로 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통역도 역시 인터뷰를 한 사람의 말을 그대로 전달해야 하기에 엄연히 통역인 것이다. 내용도 그다지 어렵지 않았고, 잘못들은 부분은 재생해서 들을 수 있어서 간만에 전혀 긴장감 없는 통역을 했다. 

 

 

통역을 마치고 디렉터가 드라마를 좀 보고 주인공의 한국어 실력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주인공은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배우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발음을 교정받았으니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드라마를 본 감상은.. 너무나 어설픈 한국어였다..어쩌지..솔직히 있는대로 말하면 그 배우에게 무슨 불이익이 있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말하는 내용은 다 알아들었어요..」최대한 부드러운 표현을 사용하려고 했다..  그러자 감독을 불러오겠단다..ㅠㅠ 「정말 솔직히 얘기 해 줘요..한국사람들이 들었을 때 한국사람이라고 느껴지나요?」...한국말은 일본사람에 있어서 결코 발음하기 쉬운 언어가 아니다. 아무리 전문가에게 발음을 교정받았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죄송합니다..한국사람으로는 생각되지 않네요..」그러자 디렉터가「어려운 줄 알지만..이 사람 한국말 연기지도를 해 줄 수 없나요?」..「네??」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긴가..이상황은 내가 완전히 거절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활이란 걸 직감적으로 알았다..「제가 한국말 발음은 자신 있는데(당연한 얘긴가..) 연기는 역시 전문이 아니라서요..죄송합니다」..도망치듯이 나오려고 하는 날 잡고 어떻게 연기가 이상한가..한국인이면 이럴 때 어떻게 하는가.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외국에 있으면 나 같은 개인이 한국대표가 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학교 다닐 때는 수업시간에 언제나 한국인은 이럴때 어때요? 라는 질문이 끊이질 않았었고 사회 나와서도 내 행동 하나하나가 한국인의 대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한국에 있을 때 보다 행동이 더 조심스러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날 내가 한국어 연기를 돕겠다고 했다면 어땠을까? 나에겐 좋은 추억이 될지 모르지만 아마 드라마는 아주 끔찍했을 것이다..

※ 사진과 포스팅의 내용은 관련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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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화신은 삐삐

 

일본 모 대기업와 한국의 모 기업의 대표자 회의 통역을 담당했다. 전자기기 관계의 회사라서  에이전트에게 자료를 부탁하니 대표자 회의라 전문용어는 그다지 없을 거라며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경험에 의하면 에이전트의 말을 100%신용하면 나중에 큰코다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래서 통역 날까지 기업 홈페이지 들어가 기본용어 등은 머리에 넣어두고 당일 통역에 임했다.

솔직히 대표자 회의통역은 처음 하는 일이라 어떤 흐름으로 통역을 하는 가는 자세히 몰랐지만 가서 담당자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면 되리라 생각하고 가벼운 맘으로 회사로 향했다.

이번 통역의 장소는 일본기업의 본사, 하마마츠쵸라고 하는 도쿄의 오피스가였다. 

 

 

일본기업 본사에 도착..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경비아저씨가 째려본다. 잽싸게 한 컷 찍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일본기업 측의 담당자를 만나니 먼저 이날의 스케쥴을 가르쳐 주었다. 2시간가량 양국 엔지니어에 의한 진척상황 보고가 있고 그다음 30분 휴식 후 일본기업과 한국기업 대표자 회의가 있다고 했다.

엔지니어에 의한 진척상황이라고..?!!」역시 에이전트의 말은 곧이 곳대로 믿어선 안 된다.ㅠㅠ. 그나마 관련 용어를 공부해 가서 큰 실수는 없이 진행되었지만 2시간 동안 10년은 늙어버릴 것 같았다. 한국 엔지니어분이 너무나 어려운 말씀을 너무나 길게 말을 해주시는 것이다...

2시간의 엔지니어 통역이 끝난 후 회의실에 있던 모든 사람은 퇴장을 하고 한국기업의 사장님과 일본기업 측의 대표자와의 통역이 시작되었다. 엔지니어 통역처럼 어려운 용어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역시 대표자 회의...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엄청났다. 정말 「아」다르고「어」다른 장면이 계속해서 나왔다. 가능한 한 부드러운 표현을 쓰되 정확히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시 되었다. 그야말로「... 」까지 해석해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무난히 대표자회의를 마치고 저녁회식까지 참가하게 되었다.

저녁회식이라고 해도 통역은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런 날 회식은 정말 진수성찬이 나오지만, 회식시간까지 엄밀한 근무시간이라 배는 고팠지만 참을 수밖에 없다..^^; 총 9시간을 밥도 않 먹고 통역을 하다 보니 역시 체력이 너무 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프리랜서라서 매일같이 통역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언제나 그렇듯 끝나고 나면 수명이 조금씩 줄어든 것 같다...길고 긴 하루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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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화신은 삐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