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Life/도쿄 생활

일본 유치원은 입학하기 전에 이 모든 것을 준비해야 한다

장화신은 삐삐 2013. 4. 13. 08:30

 

딸아이가 어제부터 유치원을 다니게 되었다. 엄마로서 정말 감회가 새롭다. 긴장하는 딸아이의 모습이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역시 사랑스럽고 대견스럽다.

일본은 특히 도쿄는 워킹맘에게 있어서 환경이 정말 좋지 못하다. 매일 8시간 이상 일을 하는 워킹맘의 아이들이 주로 대상이 되는 어린이집(이곳에서는 보육원이라고 한다)은 빈자리가 없어 일을 하고 있어도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나처럼 회사에 적을 두지 않고 비 정기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길 수가 없다. 일이 있을때 마다 비인가 어린이집에 아이를 맏기게 되는데 8시간쯤 맡기게 되면 하루에 우리돈 10만원이 훌쩍 넘는다. 무엇 때문에 일을 하는지 가끔 복잡한 기분이 들때가 있다.

이런 생활을 계속해 왔던 나에게 딸아이의 유치원 입학은 커다란 생활의 변화이다. 일본 유치원은 기본적으로 9시부터 14시까지이다. 일이 있을 때는 연장 보육도 해주니 딸아이의 유치원의 입학은 나로서도 자유롭게 일을 할 기회가 주어진 듯해 설레는 기분도 든다.

근데 이 유치원이라는 게 처음부터 어려운 문제를 던져준다. 2달 전 「부모님의 회」라는 모임이 있어 참가하니 새로운 유치원 생활의 생활지침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그리고 프린트를 나눠주며 유치원 입학까지 만들어 올 과제라고 한다..내용을 대충 훑어보니 갑자기 심한 스트레스가... 도시락 주머니, 냅킨, 가방...수 많은 물품을 엄마들이 직접 만들어 가야 하는 내용이었다. 오 마이 갓!!

 

 

재봉질에 자신이 없는 엄마들을 위해 친절하게도(?) 학원 전화번호도 알려준다. 정 만들 시간이 없는 엄마는 재료를 들고 돈을 지불하면 만드는 업자를 소개해 주겠다는 안내도 함께 쓰여있었다.

난 물건을 만드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재봉질은 정식으로 해 본적이 없다. 어쩌나..하는 고민이 우선 들었다. 결론은 남들이 다한다면 나라도 못 할 게 없지..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딸아이에 대한 애정으로 어떻게 도전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만들기 시작하니 쉽지가 않다..ㅜㅜ 고민끝에 시어머님에게 도움을 요청해 시어머님과 함께 겨우겨우 만든 물건들이 아래와 같다..

 

 

 유치원에서 사용하는 동화책 가방.. 유치원에선 일주일에 한번 아이가 좋아하는 동화책을 빌려올 수 있다. 그 때 사용하는 가방. 아이가 들고 다니기 편하게 가볍고 튼튼하게 만들어야 했다.

 

 

딸아이가 포켓트 몬스터를 너무 좋아해 포켓 몬스터의 옷감으로 만들어 봤다. 완성하고 나니 좀 허전해 포켓 몬스터에 나오는 슈퍼볼을 만들어 붙여봤다. 슈퍼볼에는 솜을 좀 넣어 볼륨감을 늘였다. 

 

 

실내화를 넣는 가방. 이 가방에도 피카츄를 만들어 달아보았는데 영 솜씨가 없어 참담한 결과가..ㅠ_ㅠ 특히 눈동자가 너무 작아 만들 때 많이 힘들었다. 완성해 보니 눈먼 피카츄가 되어 있다..달지 말 걸 그랬다. 

 

  

유치원에서 사용하는 컵을 넣는 봉지..가운데 리본을 넣어 다른 천과 연결해 예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건 스모크.. 유치원 내에서 생활할 때 옷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입는 옷.. 딸아이의 성장에 맞추어 조금 크게 만들어 봤다.

 

 

천에 사과가 그려져 있어 사과를 한번 붙여봤다. 

 

 

이건 천고르기부터 시어머니가 한 스모크.. 원예용 스모크..딸아이의 유치원에는 작은 밭이 있어 유치원생들이 농작물을 키운다. 그때 옷을 더럽히지 않도록 길기가 조금 길게 제작해야 했다. 

 

  

이것도 시어머님의 작품. 미술을 할 때 물감에 옷을 더럽히지 않도록 사용하는 스모크.. 천 자체가 수수한 것은 더럽혀도 금방 세탁이 가능한 얇은 천을 찾아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도시락을 먹을 때 깔 냅킨..일본 사람들은 도시락을 먹을 때 도시락을 싼 보자기를 깔고 먹는다. 유치원생은 보자기로 도시락을 쌀 수 없어 그 대신 이런 냅킨을 따로 제작해야 했다. 

 

 

이 냅킨도 리본을 이용해 봤다. 

 

 

만드는 김에 한 장 더 만들어 봤다.. 바느질도 비뚤비뚤. .ㅠ_ㅠ 

 

 

유치원은 옷을 더럽히거나 화장실에 실패할 경우를 생각해 옷을 한 벌 더 가지고 가야 한다. 그때 사용하는 봉지. 원래는 귀여운 동물들을 많이 달아주려고 했는데..힘이 들어 도중에 포기..한마리에 그쳤다..ㅠ_ㅠ

 

  

난 항상 비뚤 비뚤하게 팰트를 붙이게 된다. 왜 이럴까..

 

 

이건 유치원에서 사용하는 걸레. 아이들 손에도 사용하기 쉽게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야 했다. 끈을 만들어 사용 후에는 걸어서 말릴 수 있도 있다. 

   

 

거의 2달간 시어머니와 함께 만든 유치원 물품들은 이상이다. 그리고 아직도 도시락 가방은 완성을 못 했다..ㅠㅠ 주변의 동네 아줌마에게 물어보니 역시 딸아이의 유치원이 특히 제작해야 할 물건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동네 아줌마 모두가 이런 물건을 많고 적게 만들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유치원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면 좋겠지만 역시 엄마들의 부담은 상당하다. 이번 유치원 물건 제작에 나도 어느 정도 재봉질을 익히게 되었다. 딸아이가 초등학교를 들어갈 때는 더 멋진 작품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