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전 이 블로그에 「현지통역 연락처」라고 내 개인적인 메일을 게재하니 통역에 관한 문의보다 인생상담이 늘었다. 물론 난 누군가의 인생에 조언을 줄 만큼 지혜로운 사람도 아니고 많은 것을 경험한 사람도 아니다. 그런 내게 오직 외국생활 14년의 통역이라는 이유만으로 질문하시는 분이 많다. 그리고 그런 분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외국어 습득이다. 오늘은 그런 분들을 위해서 아주 작은 참고가 되겠이지만, 외국생활 14년 동안 해온 내 개인적이 경험을 얘기하고자 한다.

 

내가 지금부터 얘기할 언어는 어디까지나 일본어가 바탕이 되는 내용으로 어쩜 영어나 그 외 외국어와는 상황이 많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 주길 바란다.

 

 

 

외국생활이 오래될 수록 외국어 능력은 높아진다?! 

 

학교 다닐때 내가 아르바이트를 한 곳은 한국손님과 일본손님이 절반 정도 비율로 오는 가게로 일본어와 한국어가 필수인 가게였다. 그래서 아르바이트생 대부분이 한국사람이었다.

 

어느 날 아르바이트를 하는 남자애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는데 일본인 직원이 A군을 보고 일본어를 너무 잘한다고 칭찬을 했었다. A군은 중학교 때 부모님과 함께 일본에 와 10년 이상을 일본에서 생활했었다. 그 얘길 들은 B군이 「얘는 일본 온 지 10년이 넘었어요..병신아닌 이상 이 정도는 해야죠..」라고 해 그 자리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럼 정말 10년이 넘으면 병신이 아닌 이상 일본어를 잘하게 되는 걸까? 

 

절반은 맞는 얘기지만 절반은 꼭 그렇지도 않다. 역시 외국에 살다 보면 좋든 싫든 외국어에 노출되는 생활을 하게 된다. 열심히 공부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들리기도 하고 그다지 어려움 없이 대화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외국어에 불구 하다. 자기의 생각을 오해 없어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냥 살기만 하면 해결이 안 된다. 우리말도 미묘한 차이로 엄청나게 다른 의미가 되기도 하는 것처럼 외국어도 마찬가지다. 외국어가 서투를 땐 그게 용서가 되지만 어느 정도 외국어가 가능하게 되면 그 부분이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모국어 화자는 외국인과 오랫동안 얘길 하다 보면 그 외국인이 외국어로 얘기한다는 생각을 점점 잊게 된다고 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사람만이 하는 말은 외국어가 아닌 그사람만의 개성, 특성으로 여기게 된다는 말이다 .. 그래서 「저 사람은 건방져..」라든지 「생각보다 경솔한 사람이네..」「역시 좀 무식한 것 같아」라는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외국어는 조기교육이 중요하다?!

 

한국에선 지금 조기 영어교육이 붐이라고 들었다. 내가 하는 일본어를 조기교육으로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언어라는 커다란 구분으로 생각하면 어느 정도 공통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해 좀 언급하고자 한다. 

 

내가 언젠가 읽은 서적 중에서 언어의 임계기(臨界期)는 7살이라는 내용을 담은 책이 있었다. 임계기란 쉽게 말하자면 Native speaker와 똑같은 발음과 억양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경계라고 생각하면 된다 (절대음감, 운동능력의 임계기는 또 다르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완벽한 Native speaker가 되기 위해서는 7살이 넘어 언어를 배우게 되면 어렵다는 얘기다.

 

내 주변에 7살전에 일본에 온 친구는 없지만, 초등학교 저학년때에 일본에 온 친구는 몇 명이 있다. 내가 듣기엔 완벽한 일본어를 구사하는 것 같았지만 일본사람에게 물어보니 아주 아주 세밀하게 들으면 역시 모국어 화자는 아니라는 얘길 듣고 충격에 빠진 적이 있다. 

 

그리고 학문적으로 통계는 본 적이 없지만 수많은 한국사람과 일을 하며 느낀 것은 갓 20살이 넘어서 일본에 오는 사람과 20대 중반에 오는 사람의 언어능력도 차가 난다는 점이다. 확실히 한살이라도 젊을 때 외국에 온 사람이 흡수도 빠르고 발음도 매끄럽다. (물론 타고난 언어감각으로 늦은 나이에 와도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많다.)

 

 

 

그럼 언어를 공부하려면 역시 어린 나이가 아니면 안 되는가?!

 

 많은 사람이 바이링걸(Bilingual)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완벽하게 두 가지의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이다.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 있어 동경에 대상이자 목표이기도 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바이링걸의 아이들이 지적 발달이 늦어진다는 얘기도 있다. 인간은 언어를 사용해 사물을 생각한다. 하지만 그 언어의 영역이 2가지로 넓어져 버리면 언어의 발달도 늦어질 수 있다. 특히 어려운 문제를 생각하려고 할 때가 되면 어느쪽 언어 발달도 미숙해 혼란에 빠진다는 얘기가 있는데 난 그 의견을 믿는 편이다. 실제로 주변의 많은 친구가 집에서 일본말과 한국말을 함께 사용하니 아이들의 말이 늦어진다는 얘길 심심치 않게 듣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미링걸(Semilingual)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두 가지 언어를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렇다! 모국어가 없다는 얘기다. 근데 이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어릴 때 모국어의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양의 외국어를 흡수해야 할 때 이도 저도 안 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아주 극단적인 예 이기는 하지만 바이링걸의 교육이 장점만이 있는 것이 아님을 한 번쯤은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주변에 한국말을 잘하는 사람은(언어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말을 조리 있게 하는 사람은) 일본어 발음이 조금 어설퍼도 역시 지적이고 하는 말도 설득력이 있다. 그래서 난 외국어를 공부하기 전에 국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하나다. 완벽한 발음과 억양만이 외국어의 모든 걸 나타낸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이 들어 외국에 오면 모국어는 그대로 남는다?!

 

요새 통역을 하면서 일본사람들에게 「삐삐상은 재일교포이지요?」 라는 얘길 자주 듣는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한국 사람들에게도「삐삐씨는 재일교포이지요?」라는 얘기도 자주 듣는다. 한국어가 서툴다는 얘기인지 억양이 점점 일본어 풍으로 되어간다는 얘긴지 모르겠지만 이런 땐 역시 좌절하게 된다. 

 

난 5개월 전 이 블로그를 시작할 때 크게 충격에 빠져 있었다. 그 이유는 한국어로 쓰인 장문의 글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내가 알지 못하는 말(신조어)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었다. 

엄친남? ...엄청 친한 남자친구인가? 안 친한 남자친구도 있나? .....멘붕?...맨날 붕붕 뛰어? 근데 왜 우울한 글이지?-_-;;

가끔 오타로 달린 댓글도 정말 심각하게 고민을 했었다. 이야기가 옆으로 샌 것 같지만 하고자 하는 말은 언어라는 것은 살아있어 생성되기도 변화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일본어로 얘기하는 게 편해요? 한국어로 얘기하는게 편해요?

 답은 하나다. 일본어를 잘하는 한국사람과 얘기하는 게 가장 편하다. 한국어가 모국어지만 정말 그 뜻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단어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금방 머릿속에 떠오르질 않는다. 실제로 한국어 단어를 일본어 번역기를 돌려 찾아야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성인이 되어 외국어를 시작해도 모국어를 지속해서 사용하지 않으면 모국어의 언어능력은 단연히 떨어진다. 물론 아주 어릴 때 온 사람들 보다는 낫겠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역시 모국어에 대한 자신감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외국생활 14년! 난 Native speaker가 되었나?!

 

오늘 포스팅의 타이틀을 보고 「말도 안 돼..고작 14년으로 Native가 될 리가 없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셨을 거고 「14년쯤 살면 Native정도로 얘기할 수 있지 않나?」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셨을 것이다. 그런 분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내 일본어에 대해 얘길 하면서 마무리를 지어야 겠다.

나 같은 경우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처음엔 「일본어를 잘하시네요..」라는 얘길 들으면 칭찬으로 생각해 아주 기뻤다.

하지만 언젠가 전공 교수님이 정말 일본어를 잘하는 사람에겐 누구도 「일본어를 잘하시네요..라고 얘길 하질 않는다」라는 얘길 듣고 그 레벨이 나의 목표가 되었다.

처음에는 역시 발음과 억양에 신경을 많이 썼다. 좀 더 자연스러운 일본어를 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해 왔다. 그래서 복잡하고 긴 문장을 얘기해야 하는 학술대회의 통역을 마치고도 내가 한국사람인 줄 모르는 일본인도 있다. 하지만 동네 사람과 별 의미 없는 잡담을 얘기할 때 금방 외국인이라는 걸 들킬 때도 있다. 그야말로 상황에 따라서, 컨디션에 따라서 레벨이 다르다. Native speaker는 물론 상황과 컨디션에 따라 영향은 받지 않으니 아직 난 Native speaker는 아닌가 보다. 아니 영원히 안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외국어로 생활하면서 느낀 언어라는 것은 역시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내 것이 안된다는 점이다. 그것이 외국어이든 모국어이든...

 

 일본어 현지 통역 연락처 +81-90-4170-9827    ppippi51@daum.net



 

Posted by 장화신은 삐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