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일본에 온 지 14년째 되는 날이다..짧다면 짧은 시간이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난 한국에서 가정환경이 좀 어렵고 평범한 회사원이였다. . 매달 조금씩 적금을 넣어 언제가 결혼을 하게되면 써야지 하는.. 그런 생활을 했었다. 그러면서도 늘 내 생활에는 만족을 못했었다. 좀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좀더 바깥세상을 보고싶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IMF사태가 벌어졌다. 내가 다니던 직장도 여행업종이라 타격을 많이 받아 제대로 월급도 못받는 상황이였다. 그때 적금도 못넣고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할 바에는 내가 하고 싶었던 공부(일본어)를 하는 편이 돈은 모으지 못하더라도 더 나을꺼야..라는 생각에 무작정 유학을 결심했다.  

유학센터에 가서 3개월분 학비를 내고 한달치 기숙사비를 내고..항공권을 사고 하니 내 수중엔 100만원이 남았다. 그 돈을 들고 난 1999년 10월 1일 도쿄행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 안에서 내어 주는 기내식을 먹으면서 앞으로 내가 먹을 음식은 이것 보다 나은 음식은 없을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을 하며 한국을 떠난것 같다.

일본에 도착해서는 마냥 기뻤다. 내가 늘 상상만 해오던 세계가 정말 있고 다시 공부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기뻤다. 하지만 100만원밖에 없는 사정이기에 하루라도 빨리 일을 구해야 했다.

일 구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나의 어눌한 일본어 실력에, 인맥에, 일본에 관한 지식에..정말 속수무책이였다. 그렇게 1달간 필사적으로 일을 찾으러 다녔다. 정말 서럽고 힘들었던 시기였다. 1달후 겨우 일을 구해 어떻게 유학생활은 계속되었다.

 

 

일본어 학교를 다니다 보니 좀 더 일본어를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난 돈이 없었다. 대학을 간다면 내 스스로 학비를 낼 수 있는 학비가 저렴한 국립대학밖에 선택권이 없었다. 각오를 한 날 부터 서점에 가서 일본 고등학교 참고서를 가득 샀다. 한국에 있었을 때도 난 그렇게 공부를 잘 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런 내가 아무리 외국인 전형이라고 해도 입시가 어렵기로 유명한 국립대학이다..주변에는 비웃는 클래스 메이트도 있었다.

난생 처음 죽어라 공부 했다. 낮에는 일본어 학교를 다니고 2시간 전철을 타고 다니면서 저녁엔 7시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면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그 싫어하던 수학도 집합부터 확률까지 다시 공부했다. 

사람이 독하게 맘을 먹으면 안 되는게 없다고 일본어 학교를 졸업하고 난 모 유명 국립대학에 들어갈 수가 있었다. 그리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입학후에는 입학금도 면제 받고 수업료도 면제..그리고 4년간 장학금도 받았다. 대학원에서는 국비장학생도 되었다. 졸업후에는 제대로 된 회사에서도 일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프리랜서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금도 생각한다. 14년전 그냥 내 생활에 불만을 느끼면서 도전도 않고 하루하루를 지냈더라면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 난 내 생활에 만족한다. 내 가족을 사랑하고 내 일을 사랑한다. 성공했다고는 말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만족하는 삶을 살면서 혹시 지금 꿈을 위해 망설이고 있는 후배가 있다면 이야기 해 주고 싶다. 우선 한 발은 내딛어 보라고.. 모든 시작은 그 한발부터라고..

 

 

Posted by 장화신은 삐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