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퐁기는 나에게 있어서 일본에서 가장 특별한 곳인지 모른다. 학교 다닐 때 이곳에서 8년간 아르바이트를 했었기 때문에 그 어떤 동네보다 잘 알고 있다. 록퐁기 주변에는 일본 고급거리 아자부, 도쿄타워가 있는 카미야쵸, 일본 주요 행정이 있는 카스미가세키,아름다운 공원이 있는 히비야까지 있어 도쿄의 여러 얼굴은 한번에 볼 수 있다. 예전의 록퐁기는 외국인이 많고 디스코 클럽이 많은 좀 수상쩍은 동네였다. 그런 록퐁기에 록퐁기 힐즈가 생기고 미트 타운이 생기고 신미술관이 생기면서 록퐁기는 정말 많은 변화를 이루었다. 지금은 셀레브의 동네, 예술과 유행의 동네가 되었다. 변화가 별로 없는 도쿄에서 록퐁기처럼 많이 변화한 곳도 드문 것 같다. 이날은 오랜만에 친구를 록퐁기에서 힐즈 만났다. 

 

 

록퐁기 힐즈의 모리빌딩에는 전망대가 있다. 그 전망대에는 이런 카페가 있다. 낮에 환하게 보이는 전망을 보며 커피를 마셔도 좋고 밤에 아름다운 야경을 보면서 맥주를 한잔해도 좋다. 도쿄에서 여러 전망대를 구경해 봤지만, 개인적으로는 록퐁기 힐즈의 전망대가 가장 맘에 든다.

 

 

록퐁기 힐즈 전망대 출구에 가까이 에는 이런 레스토랑이 있다. 보기만 해도 격식을 따지는 곳 같아 실제로 이곳에서 먹어 본 적은 없었다. 근데 이날은 왠지 맘이 끌렸다. 평일 낮 시간때 임에도 꽤 붐빈다. 메뉴를 보니 티타임 메뉴가 있다. 가격도 생각보다  비싸지 않고 무엇보다 디저트가 모듬으로 나온다는 말이 아줌마 마음을 설레게 한다.

 

 

친구와 자리에 앉아 레스토랑 실내를 구경해 봤다. 넓고 깨끗하고 창밖에 경치에 어울리는 BGM이 나와 연애할 때 왔으면 좋았겠다..라는 쓰잘떼기 없는 생각도 해 본다.

 

 

사진을 몇 장 찍고 나니 손님들의 얼굴을 찍지 말라는 주의를 받았다(그것도 백인여자 점원이 영어로 떠든다..)..

 

 

주문한 아이스티와 케익모듬.. 영..그릇에 올려놓은 센스가 엉망이다.. 주변의 사람들을 보니 내가 받은 접시와 모양이 달랐다. 주변 사람들의 접시는 길고 그 위에 가지런히 케익이 놓여 있었다. 이런..그릇이 모자랐구나..하지만 맛은 좋았다. 치즈케익, 푸른 케익, 쵸코케익...크기는 작지만 충분히 맛을 즐길 수 있었다.

아줌마가 되어 이런 티타임은 흔치 않다. 주말에 가족끼리 나가는 외출은 3살짜리 딸내미가 있어 천천히 차를 즐길 여유가 없다. 지금 나에겐 이런 경치 좋은 곳에서 친구와 함께 우아하게 티타임을 즐기는 시간이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고 행복하다.

 

 

Posted by 장화신은 삐삐

 

 

일본 최고? 과장된 말이라고 생각될는지 모르겠지만, 일본에는 정말 최고의 후르츠 파라(과일을 넣은 디저트 판매하는 가게)가 있다. 센비키야라고 하는 과일가게이다. 센비키야는 178년의 전통의 가게로 최고급 품질의 과일을 판매한다. 최고급 과일을 최고의 상태에서 맛볼 수 있는 곳이 이곳 센비키야다. 일본에서는 센비키야의 라벨이 붙어지는 순간 과일은 브랜드 상품으로 바뀐다. 센비키야의 본점은 니혼바시에 있어 1층에서는 과일을 2층에서는 1층에서 판매하는 과일을 재료로 한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센비키야는 도쿄 시내 여러곳에 지점이 있어 처음은 아니였지만 이 본점은 처음 가봤다.

 

 

센비키야 본점 1층에 있는 과일가게.. 과일가게라 해도 점원들의 복장과 언동이 마치 고급 장신구를 판매하는 곳같다. 보통 과일을 많이 쌓아올려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 과일은 하나하나 정중히 놓여있다.

 

 

센비키야의 과일은 세계에서도 유명한 과일을 모아 예술작품같이 아름답다. 센비키야를 오는 손님도 평소 때 먹는 과일과는 다를 것이라 기대를 하게 된다. 그 기대에 답하기 위해 선별에 선별의 과정을 거친 과일들이 점포에 놓여지게 된다. 그래서 오랜 시간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해 왔다. 

 

 

1층에는 꽃집도 있었다.

 

 

센비키야 본점이 있는 것은 미츠이 타워라는 곳이다. 건물 자체도 웅장하고 세련되었다. 우리는 센비키야 전용 엘리베이터를 사용했는데 재미있는것이 엘리베이터에서 멜론같은 맛있는 과일냄새가 가득했다는 것이다. 맬론냄새는 아마 디저트 가게어서 전해진 냄새라고 생각되는데 너무 식욕을 돋구는 냄새였다..

 

 

2층에 있는 디저트 가게. 1층의 과일과 마찬가지로 과일에 관해 정말 잘 알고 있는 바이어가 들여온 과일을 가장 맛있는 상태에서 제공해 준다. 기대는 부풀어 오르고..

 

 

오후 5시라는 어중간한 시간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40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그럼 그렇지..일본에서 맛있는 음식을 기다리지 않고 먹을 수 있을까? 안내된 대기 소파도 푹신하고 고급스러웠다.. 얼마나 멋지고 맛있을까? 하며 우리 가족은 순서를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찍은 디저트 가게 실내내부. 흰색바탕으로 환하고 깔끔한 분위기 였다.

 

 

주방도 보이게 되어 있어 향긋한 과일냄새가 진동했다. 바쁘게 만드는 사람들을 보며 역시 기대가... 조명도 센스있다.

 

 

자주 올 수 없을 것 같아 주문할 때 가장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해 봤다. 난 후르츠가 3단으로 된 디저트와 홍차를 주문했다.

 

 

제일 위에 있는 접시에 담긴 것이 과일종류.. 망고와 수박, 멜론, 바나나.. 본적도 먹어본 적도 있는 과일인데 역시 내가 여태껏 맛 본 과일과는 다른 별개의 것 같았다. 정말 맛있어서 딸내미 너무 흥분하고..

 

 

가운데 접시에 담긴 디저트.. 그냥 자몽과 오렌지라고 생각해서 좀 평범하다고 느꼈는데 그게 아니었다..이건 젤리이다.오...! 젤리를 일부러 과일껍질 위에 과일의 모양처럼 만들어 놓은 것이다. 너무 리얼해서 먹어볼때 까지 난 이게 젤리인지 몰랐다..물론 환상적인 맛이 난다.

 

 

센비키야의 대표적인 디저트 중 하나인 후르츠 샌드위치. 과일 맛을 살리기 위해 생크림은 달지 않고 양도 적다. 식빵도 수분이 많은 과일과의 궁합을 생각해 입에 넣었을 때 가장 어울리는 것을 골랐다고 한다.

 

 

 

남편이 고른 망고 디저트..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파인애플이 곁들어 있었다. 겉에 둘러싼 빵 같은 크레이프가 정말 맛있다. 겉은 바싹하면서 안은 촉촉한..버터맛이 은은히 났다. 곁들어진 파인애플도 정말 처음 맛본 맛이었다.

 

 

텔레비전에서는 해마다 센비키야에서 판매하는 고급과일에 관한 정보가 자주 등장한다.  상상하기도 어려운 가격이 붙은 과일들이 등장한다. 그렇다고 해도 과일 전부가 엄청난 가격은 아니다. 선별에 선별의 과정을 거친 센비키야의 과일은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에게 전해주기에 적당하지 않은가 싶다.

센비키야에서 디저트를 먹는다면 역시 본점에서 맛보는 게 좋다. 분위기도 맛도 각별하기 때문이다.

 

 

Posted by 장화신은 삐삐

 

우리는 달세 방에 살고 있다. 35년간(일본 평균 주택융자기간) 은행빚을 갚으며 살 용기도 없고, 5년 안에 반드시 일어난다는 관동대지진을 생각하면 도저히 집을 살 엄두가 안 난다. 이런 우리지만 그래도 도쿄에서 집을 산다면 살고 싶은 곳이 있다. 바로 지유가오카(自由が丘)이다. 지유가오카는 긴자와 아오야마처럼 최신의 브랜드 매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형 쇼핑몰이 있어 편리한 곳도 아니다. 하지만 동네 자체가 산책하기에 너무 좋은 곳이다. 셀 수 없이 많은 아기자기한 이름없는 가게,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음식점, 높은 건물이 없는 것도 매력 중 하나다. 이런 지유가오카의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것이 스위트 포레스트이다.  

 

 

일본사람들은 단 음식을 지나치게 좋아한다. 원래 일식 자체가 달아서인지 몰라도 디저트라면 사족을 못 쓰는 게 이곳 사람들의 습성이다. 하지만 비싼 땅값 때문인가 도쿄에는 회전율이 좋지 않은 카페는 많이 없다. 지유가오카 스위트 포레스트는 그런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한 곳이다. 이곳에는 8개의 디저트 전문점이 한곳에 모인 곳으로 말하자면 디저트 푸드코드이다.

 

 

가게 규모는 세 사람이 서 있으면 꽉 찰 만큼 작은 난쟁이 집처럼 꾸며 놓았다. 이 가게는 크레이프 전문점. 각종 과일과 쵸콜릿, 잼, 크림을 이용한 크레이프가 인기이다. 

 

 

가게는 직접 크레이프를 굽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딸기만은 소재로 한 케익 전문점. 음료수도 대부분 딸기로 만들어져 있다.

 

 

모양도 예쁜 딸기 케익들..언제봐도 이런 케익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 같다.

 

 

밤톨만큼 작은 롤케익 전문점. 종류도 많아 고르는 재미도...우리 3살 된 딸내미가 좋아하는 가게다. 

 

 

맘에 드는 가게에서 산 케익은 그자리에서 먹을 수도 있다. 가게 분위기도 로맨틱하게 잘 만들어 졌다.

 

 

신랑이 구입한 후르츠 타르토.. 과일도 크고 크림도 부드러워 참 맛있다.

 

 

딸내미가 주문한 화이트 쵸코 케익..3살짜리 사이즈다..

 

 

내가 주문한 딸기 케익..모양이 넘 예뻐 망설이지 않고 선택했다. 함께 마신 딸기 라테는 좀 개성있는 맛이였지만 딸기케익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 사진은 스위트 포레스트의 요리사들을 소개해 둔 액자.

일본에 오게 되면 케익을 맛보는 것도 좋다. 케익은 유럽이 발상지이긴 하지만 일본케익은 정말 섬세하게 잘 만들어져 있다. 그렇게 달지도 않아 우리 입맛에는 맞다.  가끔 편이점에 파는 케익도 놀라운 맛을 보여줄 때가 있다.  

 

 

Posted by 장화신은 삐삐